마음의 밭 82

그해의 농막일기 18(채전 밭 돌보기, 8월 3일 납품 내역, 청과시장 경매장 직접 출하하기, 비 맞으면서 홍고추 수확, 2012. 8. 10.~2012. 8. 15.)

청솔고개 2012. 8. 10. 금. 흐린 후 비 일주일간의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모처럼 가지는 자유 시간이 주어진 아침. 오히려 아득하고 답답하다. 좀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농막에 나가봐야 한다는 생각에 나갈 준비를 했다. 농막에 도착하니 동생은 길 옆 그늘 밑에서 쉬고 있었다. 밭에 물은 다 댄 상태였다. 이것저것 그동안 일을 물어 본 후, 채전 밭에 가서 가지, 호박 등을 살펴보았다. 물을 좀 준 흔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가지가 저번보다는 좀 탱탱해진 것 같다. 호박 두어 개, 가지 대여섯 개 등을 땄다. 호박은 거의 크고 작은 것 합쳐서 열 개 이상은 달린 것 같았다. 너무 가물어서 호박 줄과 잎이 시들어버리는 바람에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호박 달린 게 많이 드러났다. 그런데 논 가까이 물기가 ..

마음의 밭 2022.04.02

그해의 농막일기 17(홍고추 첫 수확, 농협 첫 출하, 2012. 7. 29~2012. 8. 3.)

청솔고개 2012. 7. 29. 일. 맑음 염천이 계속된다. 새벽에 농막에 나가려다가 아내의 곤한 잠을 차마 깨울 수 없어서 미루었다. 8시 지나 기상하여 아침 밥 먹고 나니 10시다. 오늘 오전은 농막일은 접어 두더라도 우리 집 마당의 농장이나 손 좀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오이 포기, 방울토마토 포기를 바로 올리기 위해 막대를 다시 꽂고 줄도 연결해 주었다. 아울러 깻묵도 통에 넣어서 물을 부어서 거름할 수 있도록 두 통을 마련해 보았다. 그래도 아직 2조각이 남아 있다. 오이 녀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커가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귀엽고 신기하다. 그 약한 줄기에 그 굵은 오이를 달고 이 더위에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물을 흠뻑 뿌려주었다.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2012. 7. 31. 화. 맑음..

마음의 밭 2022.04.01

그해의 농막일기 16(고춧대 세워주기, 참깨포기 개화 및 결실, 2012. 7. 14.~2012. 7. 27.)

청솔고개 2012. 7. 14. 토. 비 오전에 느지막하게 농막에 가서 두 이랑의 고추 대를 바로 잡아 주었다. 탐스럽게 달린 고추열매가 정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동생이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동생은 그냥 의기소침하다. 의욕 상실의 모습을 보니 이제 이 원예 치유 작업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나의 속단인가. 동생이 농사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유난히 민감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걱정된다. 2012. 7. 15. 일. 비 오후 시간에 좀 쉬었다가 4시 지나 아내와 같이 농막에 나갔다. 나는 주변의 풀을 예초기로 베고 아내는 채전 밭에서 깻잎과 방울토마토를 따는데 비가 세차게 내렸다. 동생이 우산을 가져다 나를 받쳐 주니 참 대견하고 고맙다. 그런데 좀 전의 행..

마음의 밭 2022.03.31

그해의 농막일기 15/ 고추밭 풀매기 및 농약치기, 참깨밭 농약치기(2012. 7. 7.~2012. 7. 8.)

청솔고개 2012. 7. 7. 토. 맑음 종일 고추밭에 풀을 매 주었다. 땅에 거름과 비료 기운을 잡초가 다 빼앗아 먹어치운다고 생각하니 참 안쓰럽다. 엉덩이 쿠션을 달고 작업하니 한결 쉽다. 바랭이 같은 풀은 뿌리가 너무 억세어서 두 손으로 힘주어 뽑아도 잘 안 된다. 뽑은 풀은 동생이 치우기 시작한다. 뽑았던 풀을 생각 없이 그냥 두었더니만 다시 뿌리 내리고 뻗어나간다. 이런 잡초의 근성을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오후 1시가 지나서 면소재지에 가서 아내와 동생 셋이서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었다. 아내는 식당의 환경이 무척 더럽다고 두 손을 저어 보인다. 내가 생각해도 그래 보인다. 암만 생각해도 아내가 참 큰 일꾼이다. 삼십여년 더 살아 본 후에야 아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였다. 농막의 채전 밭은 ..

마음의 밭 2022.03.30

그해의 농막일기 14/ 참깨포기 솎아주기, 고춧대 세워주기(2012. 7. 1.~2012. 7. 3.)

청솔고개2012. 7. 1. 일. 맑음 둘째를 시외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고 큰집에 가서 부모님께는 그간의 농사 진행 상황을 간단히 말씀 드렸다. 이어서 동생한테 줄 쌀과 우리 먹을 쌀을 나눠 싣고 농막에 갔다. 동생은 더러 그랬듯이 약간 의아해하면서 뚱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아준다. 마침 ㅈㅂ아재를 만나서 참깨 솎아주는 작업 설명을 듣고 바로 돌입했다. 가끔씩 구름도 끼고 선들선들 바람도 불지만 역시 7월의 더위는 얼굴과 온몸을 화끈거리게 했다. 세 사람이 꼼짝 않고 달라붙어 가장 실한 놈 한 포기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ㅈㅂ아재가 건네주는 농사용 작은 전지로 작업을 하니 오후 2시까지 거의 열한 개 이랑 중 여덟 이랑 정도는 마칠 수 있었다. 모든 생명의 원리, 실한 놈만 살아남고 약한 놈은 도태된다는 비..

마음의 밭 2022.03.29

그해의 농막일기 13(고추 지줏대 고정하기, 폐현수막으로 풀 막기, 2012. 6. 25.~2012. 6. 29.)

청솔고개 2012. 6. 25. 월. 흐림 이것저것 정리하다 5시에 바로 농막으로 직행했다. 고추 지줏대에 끈을 매고 가장자리에도 말뚝을 쳐서 탱탱하게 해 주었다. 비틀린 고춧대, 넘어진 고춧대, 비스듬히 쓰러진 고춧대, 부러진 고춧대가 모두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뒤틀려 곱사등이처럼 된 놈을 바로 잡으려다가 몇 개를 부러뜨렸다. 마음이 불편하다. 결국은 두 고랑도 못하고 일손을 접고 동생과 같이 근처 마을 식당에 가서 소기(蘇氣)와 보신(補身)을 위해 보신탕 수정개를 같이 먹었다. 동생도 맛있게 잘 먹는다. 오늘은 오후 내내 날씨가 선선해서 땀 많이 안 흘리고 일 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아버지 말씀대로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농작물 생육엔 안 좋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큰집에 들러서 부모..

마음의 밭 2022.03.28

그해의 농막일기 12/ 고춧대 세워주기, 고추 지줏대 설치, 밭둑 잡초 자르기(2012. 6. 19.~2012. 6. 24.)

청솔고개2012. 6. 19. 화. 맑음 동생 진료하는 날. 아침부터 서둘러 걸어서 오는 동생을 11시 40분쯤 병원 로비에서 만났다. 이런 아픈 동생을 돌보는 게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약국에서 약을 짓는 것까지 모두 동생 카드로 일부러 해 보게 했다. 이런 거래에서 옆에 나라도 있으면 덜 불안해한다. 동생을 농막까지 데려다 주고 밭을 보니 고춧대가 많이 넘어져 있었다. 엊그제 불어 닥친 비와 바람 때문인 듯했다. 내가 밭에 들어가서 어정거리면서 고춧대를 세워주니 동생이 “되는 대로 나두세요.”라고 한다. 2012. 6. 23. 토. 맑음 아내와 같이 시장 농약종묘사에 가서 지줏대 400개, 고추 농약, 작업용 방석 3개 등을 구입하면서 종묘사 사장에게 고추 농사일에 대한 솔직한 조언도 많이 들었..

마음의 밭 2022.03.27

그해의 농막일기 11/ 고추 순 따기, 고구마 순 심기(2012. 6. 10.~2012. 6. 17.)

청솔고개 2012. 6. 10. 일. 맑음 날씨가 건조하고 매우 덥다. 어젠 좀 선선했는데 오늘은 흙바람이 부는 것 같다. 아내와 같이 서둘러 농막으로 나갔다. 8시 좀 지났다. 동생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내가 어제 고추나물 무친 걸 전했다. 맛있게 먹는다. 어제 하던 고추 순 자르기 일을 계속했다. 한 고랑 자르는 데 80분 정도 걸린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어린 시절 가정실습해서 농사일을 거들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새롭게 난다. 12시도 되지 않아서 아내가 어지럽다고 급히 심하게 호소한다. 빨리 그늘에 쉬게 하였다. 자칫했더라면 큰일 날 뻔하였다. 전형적인 일사병 증세다. 차를 길가에 바짝 대고 그늘을 만들어서 쉬게 하였다. 점심 먹고 아내는 자리에 누워서 한 숨 자고 나니 좀 회복되는 모..

마음의 밭 2022.03.26

그해의 농막일기 10/ 농막 둑 풀베기, 고추포기 지줏대에 묶기, 고추모종 끈 치기(2012. 6. 2.~2012. 6. 9.)

청솔고개 2012. 6. 2. 토. 맑음 저녁답에 큰집에 들러서 쌀을 담아서 동생한테 갔다. 큰집 부모님들께서는 잘 계셨다 어머님도 얼굴이 괜찮으셨다. 음료수와 초코파이도 같이 사 갔다. 가뜩이난 좁찔한 동생 얼굴이 농사일로 타서 더욱 작아 보인다. 그래도 별말 없이 그냥 버텨 주는 게 참 대견하고 고맙다. 호박구덩이 주변을 삽으로 뛰져서 풀을 좀 없애주고 이것저것 손질을 하고 오늘은 좀 일찍 돌아왔다. 일을 해도, 눈을 감아도 마음은 항상 먹구름에 젖어 있다. 내 마음을 흘러가는 저 흰 구름에 그냥 실어 보내고, 마냥 띄어 보내고 싶다. 이래서 선인들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 도(道)를 추구하는가 보다. 2012. 6. 4. 월. 맑음 맑고 마른 날씨가 계속된다. 내 마음까지 적셔 줄 축축한 빗방울..

마음의 밭 2022.03.25

그해의 농막일기 9/ 고구마 순 심기(2012. 5. 17.~2012. 5. 28.)

청솔고개 2012. 5. 17. 목. 맑음 오전에 아내와 같이 고구마 순, 곤달비 나물 뿌리 등을 준비해서 농막에 갔다. 고추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동생이 혼자 다 심었다고 했다. 장하다. 동생을 많이 칭찬해 주었다. 비닐로 이랑을 덮고 어두워질 때까지 심었다. 이때만큼은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어두워서 전에 심은 데 또 심기도 한 것 같았지만 하는 수 없었다. ㅈㅂ아재에게 고추밭이랑 이룬 품 1만5천원, 3일 분 4만 5천원, 참깨 거름 두 포 2만 6천원 모두 7만 1천원을 지불했다. ㅈㅂ아재한테는 항상 고맙고도 미안하다. 가져간 김밥으로 동생과 같이 늦게 식사하고 돌아왔다. 2012. 5. 22. 화. 맑음 동생 만나 병원 진료하고 약국 2층에서 새우볶음밥으로 점심 먹고 큰집에 가서 하복을 챙겨서 ..

마음의 밭 20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