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90

9개월 7일 만의 만남 1/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서는 황천(黃泉)이라는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어떤 강이 흐른다고 한다. 그 강을 두고 헤어지는 마음이 이러할까 싶다

9개월 7일 만의 만남 1 청솔고개 3주 전 쯤 요양병원 당국으로부터 아버지 면회 일시를 약속 받았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버지의 면회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막상 대면하면 아버지 얼굴을 어떻게 뵐까, 무슨 말씀을 드릴까, 그 동안 많이 상하지는 않으셨는지 하고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동생 셋도 면회 온다고 한다. 더욱이 서울, 대구 등 멀리서 시간 내기가 어려울 텐데 두 누이동생들이 더 기특하다. 9개월 동안이나 감염병 창궐 시국으로 본의 아닌 이산가족 처지가 됐다. 이산가족 상봉하는 기분이 이럴까 싶다. 오늘 드디어 9개월 7일 만에 아버지 처음 뵙는다. 어떻게 뵐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려오고 또 기약 없는 이후의 세월에 암울해지기도 한다. 만남의 기대에 설렘도 있다. 다시는 ..

아... 아버지! 2021.03.31

이산가족/아버지와의 생이별이 언제까지나 이어질지 기약이 없는 세월이다

이산가족 청솔고개 오늘도 산행 가는 길에 중간에 병원에 들러 아버지께 드릴 간식을 챙긴다. 부드러운 카스텔라 빵, 건빵, 초콜릿 등 아버지께서 평소에 좋아하시거나 특별히 원하시는 것들을 종이 가방에다 담고 겉봉에 아버지 병실 호실과 성함을 굵은 펜으로 적었다. 봉지를 테이프로 두 군데 봉한다. 혹 기울어지면 쏟아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내가 아버지를 위해 해 드릴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구나 하는 자괴감에 잠긴다. 그러면서도 이걸 받아보시면서 기대하실 아버지의 표정보다 아버지가 순간순간 엄습하는 답답함과 외로움을 어떻게 감당하고 계실까 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를 못 뵌 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아버지는 당신의 기준으로 볼 때 지금의 상황이 거의 감옥..

아... 아버지! 2021.01.19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셋째 날/어머니의 유골은 손바닥만 한 오동나무 함에 담긴 채, 한두 뼘 깊이로 잔디 밑의 흙을 파고 묻혔다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셋째 날 청솔고개 오늘은 정말 우리 어머니를 땅에 묻는 날이다. 좀 비감해진다. 어제부터 아이가 정말 기특하고 고맙다. 그동안의 할머니 뵙지 못한 것을 사죄하려는 듯 음식 나르는 일부터 다른 심부름 같은 걸 기꺼이 도와준다. 그런 아이가 피곤한 듯 빈소 식당 구석에 잠에 빠져 있다. 새벽에 일어나 상식을 드리고 있는데 ㅎㄷㅎ 친구가 조문 왔다. 마치기를 좀 기다렸다가 조문을 받고 같이 식사를 했다. 모두들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이제 오늘 할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슬슬 철수 준비를 해야 한다. 드디어 영결식(永訣式), 아이가 모신 어머니 영정을 앞세우고 모두들 뒤따라 다시 영안실에 내려가서 의식을 엄수했다. 이 순간을 기록해 두고 싶었지만 그 엄정한 분위기를 유지하..

아... 아버지! 2021.01.07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둘째 날/이 밤이 지나면 어머니는 이제 이승의 육신은 이 아들하고 영결(永訣)하고 종천(終天)하신다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둘째 날 청솔고개 오늘은 어머니를 위해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바로 전날. 비감하다. 새벽 7시쯤 돼서 상식(上食)을 올렸다. 아직은 내 마음이 평온했다. 모두들 마찬가지다. 8시 좀 지나 성복(成服)을 하였다. 그냥 어제 준 검은 양복 상복 팔에 상주는 검은 두 줄이 그어진 완장을 차는 거였다. 이어서 성복제(成服祭)를 지냈다. 11시 지나 입관식(入棺式)을 치렀다. 유족 모두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어제 그 영안실에서 엄수되었다. 삼촌과 아버지는 아직 오시지 않았다. 염습(殮襲)을 마무리하고 모두들 이제는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어머니 모습을 마지막으로 뵈었다. 내 손으로 어머니 얼굴을 만져보았다. 아직 부드러웠으나 좀 차가웠다. 이 느낌도 이제는 마지막이리니 가슴에 막 ..

아... 아버지! 2021.01.06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첫날/어머니의 얼굴을 손으로 살짝 만져드리니 아직도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날, 어머니 가시는 길, 그 첫날 청솔고개 오전에 스포츠 마사지 갔다가 오후 3시 지나서 영어 공부 스터디 클럽에 가려고 ㄱㄹ초등 근처 지날 때 쯤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고 병원에서 연락 왔다는 것이다. 아내도 지금 바로 준비해서 오고 있다고 했다. 친구 ㄱㅁ한테 못 간다는 메시지 전하고 바로 아버지께 연락드리니 아버지도 연락받아서 알고 있으며 지금 병원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마음이 멍해지고 정말 올 것이 이제 오는구나 하는 것을 직감을 할 수 있었다. 아래에서 주차하고 병실에 올라가니 어머니 병석은 이미 커튼이 쳐져 있고 호흡과 맥박을 재는 기기와 영양공급액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버지께서 먼저 오셔서 걱정스런 모습으로 지켜보고 계셨다. 어머니는 매우 거칠게 호흡하..

아... 아버지! 2021.01.05

한 생애의 무게/한 생애를 감당하는 무게가 참 무겁다는 것을 절감한다

한 생애의 무게 청솔고개 오늘이면 아버지가 입원하신 지 석 달이 조금 지난다. 며칠 전이다. 낮에 점심 식사 모임하고 자리 옮겨서 차 한 잔 마시는데 아버지는 나한테 대 여섯 번 전화하셨다. 바로 큰집에 가서 빨간색 표지의 잡책과 검은색 표지의 염불 적은 책을 당장 갖다 달라고 하신다. 나는 모임을 서둘러 끝내고 바로 큰집에 가서 서랍과 장롱, 책꽂이 등을 샅샅이 찾아보았다. 빨간색 표지 잡책은 바로 챙겼는데 검은색 표지의 염불 책은 암만 찾아도 안 보인다. 하는 수 없이 한 번도 안 본 것 같은 새 염불 책을 두 권 챙겼다. 빨간색 표지는 아버지가 늘 갖고 다니시던 것으로 거기에는 3~4년 전부터 우리 삼대의 여행 코스 등이 기록돼 있었다. 3대가 간 첫 해외여행인 중국 구채구 코스도 메모돼 있었다. ..

아... 아버지! 2020.08.04

(詩)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母性을 위하여/밤새 베갯잇에 흘리오신 당신의 눈물은 아니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母性을 위하여 청솔고개 도회 아이들의 낯빛으로 하아얀 별들이 까암빡 조을던 첫새벽에 차가운 고요함과 안개를 거나리고 동녘으로 찾아와서 나를 껴안아 깨우던 여명의 따가운 품속 하오나 건 어린 날 나를 안아 깨우시던 당신의 품속은 아니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한 가닥의 미풍에 물 찬 제비가 날아오르는 오후 여름날 나의 얼굴을 애무하던 푸른 들녘에 키 자란 샛잎들의 하날거리는 손길 하오나 건 어릴 제 내 둥근 얼굴을 애무하던 당신의 보드라운 손길은 아니었사옵니다 어머님 당신은 어디에........... 실비가 나의 얼굴을 간질이어 주던 가신 송낙 후에는 따스한 햇살이 대지를 말리고 서산머리에 뻗이어 바람에 날리면서 하아얀 호수에 손을 담그던 색동 소맷자락 하오..

아... 아버지! 2020.06.27

새벽 병상에서 아버지와의 대화/그들에 비해 나는 네 배나 더 살고 있잖아

새벽 병상에서 아버지와의 대화 청솔고개 지금은 새벽 네 시다. 바깥은 아직도 어둠이 깔려 있다. 아버지가 병상에 억지로 일어나셔서 웅크리고 앉아 계신다. 아버지는 또 뭔가 웅얼거리신다. 컴컴한 병실에서 부자간 대면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이 역병 창궐이 언제 종식될지 몰라서 혹 이 순간이 어쩌면 부자간의 마지막 대화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또 울컥해 진다. 불현 듯 이 순간이 한없이 소중해진다. 최근 들어서 아버지의 발음이 더욱 알아들을 수 없게 어눌해지시는 것 같다. 어제는 3년 전에 갔던 호국의 길 탐방 코스와 관련해서 아버지의 횡성전투 참가 전후의 정확한 루트를 알고 싶어서 여쭈니 잘 인지하지 못하신다. 1년 전만해도 말씀 안 드려도 당신 스스로가 자세히 자랑스럽게 말씀해 주시곤 했는데..

아... 아버지! 2020.06.18

삼대(三代)가 떠나는 호국(護國)의 여정(旅程)(3/3)/아버지가 그때의 퇴로가 겨울 설맹으로 시력을 잃었던 설악산에서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곳이라 했으니 이 운두령 쪽일 수도 있겠다 싶다

삼대(三代)가 떠나는 호국(護國)의 여정(旅程)(3/3) 청솔고개 새벽에 일어나 어제까지의 여정을 기록했다. 나는 밤을 새워서라도 이렇게 나의 생애를 기워나가야 한다. 이게 나의 존재의 이유, 존재하는 힘이고, 나의 팔자다. 이제는 한 숨 더 자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은 내려가면서 오대산 들린다. 거기서 좀 쉬고서 다시 남하한다. 엊저녁에는 아버지께서 밤새 뒤척이다가 이어폰으로 옛 가요를 들으시면서 흥얼거리셨다. 잠이 설쳐지시는가 보다. 그래도 잘 견뎌 주시니 얼마나 고마우신가. 새벽이 밝아 오고 있다. 다섯 시 반 지났다. 좀 더 자야 할 것 같다. 혹 잠이 안 오면 이 마을 골목과 언덕을 좀 걸어보고 싶다. 잠시라도 추억여행을. 여기 양구면 정림리 지역사단 사령부 근처 언덕길. 잠깐이었지만, 내 열혈..

아... 아버지! 2020.06.14

삼대(三代)가 떠나는 호국(護國)의 여정(旅程)(2/3)/아버지는 1951년 당시 여기서 군용 열차를 타고 부산까지 부상당한 채로 서서 후송 조치된 기억을 더듬으신다

삼대(三代)가 떠나는 호국(護國)의 여정(旅程)(2/3) 청솔고개 새벽에 아이가 숙소의 숲 속을 산책해 보라는 권유를 해서 아버지와 같이 잣나무 솔방울이 떨어져 있는 숲길을 걸었더니 새소리도 즐겁다. 무리지어 피어나는 금잔화 주황색도 아름답다. 9시 좀 지나 횡성 시내로 가서 **한우국밥집에 가서 국밥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그 옆 횡성보훈회관에 들렀다. 방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아버지는 당신이 여기 횡성 전투에서 팔에 부상을 당하셨다는 사실, 아버지로 보아서는 생사의 기로에 선 곳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신다. 1951년 2월 8일 아버지의 횡성전투 자료에 대한 설명을 책임자에게 들었다. 이 사람도 자기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6.25한국전쟁 전사자 의 유복자라면서 자료를 찾아서 자세히 설명해 준다..

아... 아버지! 2020.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