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90

어머니의 노래 16

청솔고개 2014. 12. 30. 10시에 병실 도착해서 아버지와 교대했다. 아버지 모습이 많이 피곤하고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늘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말씀은 빠뜨리지 않으신다. 간절히 그렇게 믿고 싶으시겠기도 하고. 첫째여동생 내외가 2시 30분까지는 온다고 한다. 오후 2시 50분에 작은 조카도 같이 왔다. 저녁에는 초등 동기 시내 모임에서 동기의 부군 문병을 했다. 그 마을은 막내종조모님의 친정이다. 9순의 고령이시다. 찾아뵈었더니 무척 반가워하신다. 저녁 간병 교대 때문에 모임 친구들하고는 식사 하지 못하고 바로 병실로 왔다. 첫째 여동생 식구들이 아직 다 있었다. 아버지도 계셨다. 아내한테도 연락을 한 후 같이 모여서 한정식에서 식사를 했다. 아버지가 이번 간병은 ㅇㅈ어미가 먼저 제안해서 나누어..

아... 아버지! 2022.05.31

어머니의 노래 15

청솔고개 2014. 12. 27. 중고절친 모임에서 인근 도시 어시장에 대게 먹으러 가기 위해서 10시 반쯤 아버지와 교대했다. 오늘은 내 차로 이동했다. 내 차의 3열 뒷좌석도 개방해서 내 포함 일곱 명 모두 태워가니 내가 기분이 좋다. 그 동안 모두들에게 신세졌는데 오늘은 내가 작은 갚음이라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시장은 주말을 맞이하여 대단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한 친구가 입찰 받은 턱으로 대게를 샀다. 푸짐하고 배불리 즐겼다. 과메기도 윤기 나고 쫀득쫀득한 게 맛있었다. 돌아와서 우리 내외는 과일, 밤 등을 준비해서 고향 마을 맏종숙모님댁에 제사 참예하러 나갔다. 내일은 증조부님과 맏종숙부님이 돌아가신 날, 한날이다. 이번에 어머니 입원하시고 나니 맏종숙모님께서 제사 같이 올리자고 해서 이..

아... 아버지! 2022.05.30

어머니의 노래 14

청솔고개 2014.12. 24.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행복감, 만족감도 좋지만 끊임없는 호기심, 새로움, 가슴 떨림, 신기함, 신비로움이 참 소중하다는 걸 나이 먹을수록 절실히 느낀다. 1인실에서 어머니와 24시간 혹은 48시간, 72시간 동거를 통해서 또한 새로운 걸 많이 겪고 느낀다. 삶과 생명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인식, 가족 등에 대한 부채의식 등 여러 가지를 발견한다. 오늘따라 어머니는 다리가 오그라들어 가뜩이나 작은 키가 더 작아 보인다. 전장 1미터 조금 더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팔, 다리의 힘은 대단하시다. 이제 나도 간병에 여유가 생겨서 어머니 굽어진 다리도 열 번씩 자주 펴 드리기도 한다. 제발 이래서 몇 자국이라도 걸어 다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변을 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아... 아버지! 2022.05.29

어머니의 노래 13

청솔고개 2014. 12. 19. 오전 10시에 아버지께서 오셨다. 10시 타임 위관영양을 해드리고 나왔다. 요즘 아버지는 진정으로 내게 고마워하시고 또 미안해하시는 것 같다. 그 진정성이 느껴진다. 집에 가서 아내와 며칠 만에 겸상으로 식사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중고 동기회 모임 마치고 바로 병원에 갔다. 아버지는 식당에 내려가서 식사를 하셨다고 했다. 내가 들은 퇴원과 요양병원 입원에 대한 주치의의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한 것처럼 아버지께도 전해드렸다. 격리 1인실에 있는 이유는 어머니가 치매로 정신없이 떠들어서도 그렇지만 항생제 내성 장구균 감염 때문이라고 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이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노약자들한테는 치명적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가 두 번 모두 음성으로 나와야 그 때 ..

아... 아버지! 2022.05.28

어머니의 노래 12

청솔고개 2014. 12. 16. 오후에 다시 아버지한테서 전화 왔다. 전신 통증 검사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느냐고 물으셨다. 아직 의사가 오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확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만 말해라고 하신다. 종일 내내 지켜보고 있으려니 정말 고통스러워하신다. 정말 저 고통이 확실한 고통이라면 비용이 얼마나 들더라도 그냥 정밀 검사해 보고 고통을 줄여 드려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오후 3시 되기 좀 전에 가래 끓는 소리를 하다가 기침 좀 하더니 그냥 다 토해버리신다. 시트가 다 젖어버렸다. 패드를 깔아주었다. “ㅇㅈ어마이 어딨노? 아이구 어매야, 아이구 어예가꼬? 나는 어예가꼬? 누고? ㅇㅈ어마이 ㅇㅈ어마이 누고? 아이고 답답해라, 아이고 아파래이!”처절..

아... 아버지! 2022.05.27

어머니의 노래 11

청솔고개 2014. 12. 15. 오전 10시 다 되어서 병실에 도착했다. 내가 좀 늦었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요즘처럼 아내의 존재가 절실할 때는 없을 것 같다. 만약 지금 내 상황에서 아내가 갑자기 부재한다면 하는 것은 상상조찰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내는 어머니 신음 통에 한 잠도 못 잤다고 했다. 내가 불 끄고 좀 조용히 잘 주무시더라고 했음에도 별무 효과인 모양이다. 아내를 12시쯤 데려다 주고 혼자 있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머리를 좌우로 흔드시면서 뭐라고 소리친다. 대체로 아프다는 통증 호소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ㅇㅈ 엄마 고맙데이, ㅇㅈ 엄마 고맙데이” 하는 말씀을 하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밴다. 눈 가가 뜨겁다. 엊저녁에도 아내가 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더라..

아... 아버지! 2022.05.26

어머니의 노래 10

청솔고개 2014. 12. 13. 아버지가 간병 교대를 잊으신 것 같아서 내가 병실에 달려왔다. 11시 쯤 됐다. 12시 지나서 아버지한테 전화 드렸더니 곧 간다고 하신다. 오후 1시 지나서 둘째 여동생과 질녀가 왔다. 오후 4시 다 되어서 나왔다. 김밥 집에 가서 김밥 한 줄과 마트에 가서 빵 세 개를 사서 병원에 왔다. 아버지가 오늘 밤 간병하겠다고 했으나 내가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약주 두어 잔을 하셨지만 별 일 없을 것 같아서 집에 돌아가시게 했다. 둘째 남동생이 내려왔다고 해서 전화했다. 내일 아침 8시 쯤 식사 후 좀 와주었으면 하고 부탁했다. 첫째 남동생하고 같이 오라고 했다. 형제가 많다는 것은 이게 좋은 거다. 십시일반, 수고도 마찬가지다. 10시 죽을 먹이는데 처음엔 물이 ..

아... 아버지! 2022.05.25

어머니의 노래 9

청솔고개 2014. 12. 12. 내가 먼저 혼자 병원에 도착하니 9시가 좀 지났다. 아버지는 피로하신 모습으로 병실 소파에 앉아 계셨다. 얼굴도 힘드신 모습이 역력하다. 그 이유를 아버지 말씀하시는 걸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밤새 어머니는 열 번 정도 고성을 지르셨다. 둘째, 혈관을 찾는데 다섯 번째나 시도하다가 아침에 겨우 찾아서 채혈했다는 사실로 제대로 기본 기술이 갖춰지지 않은 간호사 등 의료진에 대한 불만, 이로 인한 어머니의 불필요한 고통이라는 인식, 셋째, 아침에 어머니한테 약을 먹이는데 복약방법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고 늘 불친절하게 대한 간호사 등에 대한 불만, 몇 번 물어서 겨우 약을 갈아서 물에 개서 먹이라는 방법을 일러 주더라는 것이다. 넷째, 어머니의 복약 거부 반응(뱉어..

아... 아버지! 2022.05.24

어머니의 노래 8

청솔고개 2014. 12. 10. 아침부터 참 마음이 무겁다. 오늘은 내가 정말 어쩔 줄 모를 것 같다. 큰 여동생도 가고 계속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나의 가슴을 할퀴고 있다. 내가 참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평생 단련된 심신으로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점심 때 아내와 같이 병원에 갔다. 어머니께 연결돼 있는 약봉지와 계기가 상당히 줄었다. 반도 안 남은 것 같다. 어머니는 오늘은 머리를 도리질 하시면서 잠시도 가만있지 않으신다. 이빨과 입술에 피가 흘렀는지 뻘겋다. 마치 마우스피스라도 끼워놓은 것 같다. 발음도 더 어눌하시다. 오늘은 계속 대변 보고 싶다고 하신다. 자주 일으켜 세워 달라고 하신다. 이 두 가지 요구를 ..

아... 아버지! 2022.05.23

어머니의 노래 7

청솔고개 2014. 12. 8. 며칠 동안 내 생애 기록을 이제 마무리 했다. 막 새벽 5시다. 밖에서 신문 돌리는 기척이 난다. 새벽 2시에 잠을 깨서 서너 시간 작업했다. 그제와 어제는 기록이 두 쪽이 넘어 가기도 한다. 그러니 내 마음의 참 평화가 온다. 이제 신문 좀 훑어보고 한잠 자야지. 이 순간 신이 있다면 그 신에게 귀의하고 싶어진다. 더욱 간절해진다. 이 밤을 새우면서 이렇게라도 쓰고 간구하고 명상하지 않으면 나의 존재 의의와 존재감은 멸실 될 것을 번연히 아는데 어찌하라고. 이제 그 기록이 모두 645쪽이다. 이 방대한 기록이 어떤 가치로 쓰일 것인지는 내 사후에 결정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보잘것없는 일개 이름 없는 글쟁이나 몽상가의 신변잡기로 치부될 것인가. 그래도 기록은 내 생명이다..

아... 아버지! 2022.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