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90

어머니의 노래 24/ 강변 벚꽃을 찍은 걸 보여드려도 별무 반응이시다. 정말 꽃을 좋아하시던 분이었는데, 내가 화분을 사가지고 드리면 그리 좋아하셨는데

청솔고개 2015. 4. 3.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견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급작스레 오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기적이라도 생긴다면 모르지만 어머니의 생각과 마음은 벌써 ⁰레테의 강을 건너신 건가. 아니면 속으로 황천(黃泉) 건너가실 준비를 하시는가. 가끔은 내가 어머니처럼 돼버린다면 하는 상상도 해본다. 몸과 마음의 고통은 불지옥 물 지옥인데 드러낼 수는 없고 가족들은 환자 위한답시고, 환자 살린답시고 수많은 관과 계기를 꽂아놓고 고문 아닌 고문을 한다면 난 어떡할 것인가. 산 것도 아닌 것이고 죽은 것도 아닌 것. 이런 상황이 한없이 계속된다면 어쩔 건가. 어머니한테 보여드리기 위해서 새 집 주변과 방안을 폰으로 찍어 놓았다. 이제 가로수 벚꽃도 좀 찍어서 보여 드려야지. 내가 가끔..

아... 아버지! 2022.07.25

어머니의 노래 23

청솔고개 2015. 3. 1. 새 달, 새 봄이다. 오전은 그냥 쉬면서 보냈다. 서둘러 점심 먹고 내 척추관협찹증 완화하러 마사지센터에 갔다. 스포츠마사지 마치고 아내가 먼저 어머니 찾아뵙자고 한다. 병실 입구에 들어서는데 어머니 맞은편 병상에 커튼을 드리워놓았다. 환자에게 뭔가 처치를 하는 것 같아서 의아해 하면서 뭔지 몰랐는데 나중 상황을 확인해 보니 구순 할머니의 임종장면이었다. “좋은 데 가십시오.”하고 누군가가 명복을 빌어드린다. 이어서 애도의 말들이 두런두런 들리고 나중에는 교회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와서 기도하고 추모한다. 돌아가신 분은 입을 딱 벌리고 눈은 뜨고 있었다. 문득 언젠가는 우리 어머니도 저런 모습으로 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눈을 뜨고 계신다. 그런데 말..

아... 아버지! 2022.07.24

어머니의 노래 22

청솔고개 2015. 2. 12. 첫째 동생하고도 좀 대화 나누다가 집에 오면서 다시 요양병원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코 줄이 빠져 있었다. 오늘따라 어머니는 정신이 많이 돌아오시고 기력도 많이 회복된 것 같아서 내가 반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 줄 빠진 김에 입으로 물이라도 자시는 걸 시험 삼아 해 볼 걸 담당 간호사한테 요청했더니 물과 요구르트를 좀 드려보았다. 뱉어 내지는 않으시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이 뭐꼬, 십다!”하신다. 메디푸드를 이렇게 드시게 해 보겠다고 담당 간호사가 약속했다. 역시 사진과 동영상을 좀 담아 놓았다. 어머니가 코 줄 뺀 모습이 참 오랜만이어서 반가운 마음에 좀 많이 담아놓았다. 아, 우리 엄마! 하고 속으로 되뇌어본다. 병원을 나오면서 아버지한테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의 정..

아... 아버지! 2022.07.23

어머니의 노래 21

청솔고개 2015. 1. 26. 오후 4시 쯤 병원에 갔다. 어머니는 여전하시다. 자꾸 말을 시키어보지만 아직은 인지가 잘 안 되신다. 모습은 참 편안해 보이신다. 이어서 큰집에 갔다. 아버지는 혼자 쓸쓸히 계신다. 참 안됐다. 고생하시더라도 어머니와 함께 고행하시면 좋을 텐데. 어머니 병세, 내 둘째, 첫째동생에 대한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아버지께서 낙담하시는 모습이 역력하시다. 심중에 묻어둔 깊은 이야기도 하신다. 그러시면서 나보고 제사 모시는 일, 어머니 간병 일 등으로 수고했다 하신다. 2015. 1. 27. 겨울 햇볕이 거실과 침실을 달군다. 오후에 시장가면서 아내와 같이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아내가 고맙다. 어머니는 어제와 마찬가지다. 한참 만에 “ㅊ이가!” 하시지만 아내..

아... 아버지! 2022.07.22

어머니의 노래 20

청솔고개 2015. 1. 13. 검사 때문에 병원에 동행했던 첫째동생을 집에 데려다 주면서 요양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뵈었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시다. 머리를 홀딱 잘라버려서 더 안쓰러워보였다. 개운한 느낌이 드니 그나마 다행이다. 몇 차례 눈을 뜨게 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니 ㅊ이 아이가? 잘 왔다.”하신다. 끝내 ㅅ이는 아는 체하지 않으신다. 가족 중 누가 옆에 목소리라도 들려드리면 기억의 급격한 감퇴는 좀 막지 않을까 싶어 첫째동생더러 한 번씩 와서, 이틀에 한 번 정도로 지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두 형제가 와서 이렇게 문병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어머니는 말씀은 못하시지만 속으로 분명히 알아차리고 좋은 마음을 가지고 계시리라고 믿는다. 큰집에 가니 아버지께서 피아노를 치고 계셨다..

아... 아버지! 2022.07.21

어머니의 노래 19

청솔고개 2015. 1. 7. 아침 11시 지나서 아내와 교대하기 위해서 집에 갔다. 아내가 나와서 길가에 기다리고 있었다. 김밥 집에 가서 김밥을 두 줄 사서 갔다. 병실에 가서 얼마 있으니 아내 친구 ㅇㅅ씨가 와 있었다. 고맙다. ㅇㅅ씨가 사온 찰보리떡과 우리가 준비한 바게트로 점심을 대신하고 집에 와서 한숨 푹 잤다. 오후 4시 지나서 아내한테서 전화가 와서 시장을 같이 보고 난 뒤 ㄴㅅ 요양병원에 가서 담당부장과 같이 상담을 했다. 그 후 다시 병실로 데려다 주었다. 집에 오는 걸음으로 ㅅㅇㅅ의원에 가서 다리 피부염 치료를 했다.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 받았다. 2015. 1. 8. 아버지가 오늘 어머니를 퇴원시키고 요양병원으로 입원시켰으면 하는 의견을 제시해서 잠시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전화상으..

아... 아버지! 2022.07.20

어머니의 노래 18

청솔고개 2015. 1. 3.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알람 소리를 놓쳐버렸는지 7시 다 되어서 일어나서 좀 당황했다. 시간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병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집에 가면 물도 덥혀야 되고 무엇보다도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싫은데 잘 된 셈이다. 오후 4시 다 되어서 아내를 데리러 갔다. 아낸 항상 준비성이 대단하다. 완전 준비해서 나왔다. 병실 가다가 저녁으로 김밥 사서 들어왔다. 난 병원 로비 앞 현관에서 아내를 내려다주고 집에 와서 좀 쉬었다. 2015. 1. 4.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 아침 7시 30분 쯤 병실에 도착했다. 아내는 상냥한 모습으로 날 맞아준다. 이런 아내가 고맙다. 오늘은 하루 종일 정말 더 우울하다. 이제 이 생활..

아... 아버지! 2022.07.19

어머니의 노래 17

청솔고개 2015. 1. 1. 오늘 새해 첫날 아침부터 매우 추운 날씨 같다. 실내에 있어 봐도 짐작이 된다. 실내서도 냉기가 좀 느껴진다. 아버지가 피곤하신 모습으로 10시 좀 지나서 오셨다. 해가 바뀌었지만 덕담 같은 것 나눌 수 있는 여유도 없는 것 같다. 어머니의 용태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씀 나누고 보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2015. 1. 2. 계속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 바람이 세차다. 도시락이니 이것저것 사들고 허겁지겁 병실로 오니 오전 10시가 지나버렸다. 내 삶의 존재 이유가 어머니의 간병이라도 되듯 몰두해 본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힘든 상황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은 유독 심하다. 도저히 집중과 몰입이 잘 안 된다. 어제 마신 술로 속도 좀 거북하다. “엄마! 내 누..

아... 아버지! 2022.07.18

2019년 봄에서 여름까지 아버지와의 동행 12, 퇴원, 귀향

청솔고개 2019.6.11. 새벽에 잠이 깨서 이틀 분량의 생애깁기를 기워보았다. 가져간 헤드랜턴이 참 유용하다. 나의 삶의 특별한 의미부여 행위, 나의 생애깁기, 내 삶의 존재 이유다. 한참 깁다 보니 서쪽 창밖이 훤하다. 새벽 5시 좀 지나도 그냥 밝아진다. 피로회복도 할 겸, 우선 내 샤워부터 해 놓았다. 어제 실종된 아버지의 틀니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았지만 모두 고개를 가로 짓는다. 어렵다는 뜻이리라. 첫째내외, 첫째누이가 준비해 와 남은 음식과 과일을 보고도 못 드시는 아버지를 보니 더욱 내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는 고집처럼 여전히 밥을 주문하신다. 그냥 좀 단단해진 잇몸으로 우물우물해서 드신다. 자칫 얹히거나 소화불량이 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모두가 내 세심함이 부족함 때문이다. 내..

아... 아버지! 2022.07.12

2019년 봄에서 여름까지 아버지와의 동행 10, 우리 삼형제, 자매, 오남매의 오늘

청솔고개 2019.6.9. 병원에서 아버지와 보낸 지 벌써 5일째다. 처음엔 답답할 것 같았는데 잘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았다. 시간이 많을 줄 알고 노트북도 가져왔는데 그냥 이 생애기록 외에 다른 거 할 시간이 별로 없다. 처음엔 책 한 권 안 가져온 게 무척 아쉬웠는데 이런 상황이었다면 잘 안 가져왔다 싶다. 그냥 짐만 될 것 같았다. 아침 점심은 첫째와 첫째누이가 준비해 온 샐러드 등으로 잘 해결해 간다. 아버지도 양상추 무침 같은 것은 부드럽다 하면서 잘 드신다. 내일 돼 봐야 아버지 퇴원 날짜가 확정될 것 같다. 짐도 좀 정리해 보았다. 입구 쪽 이웃 병상 환자는 아직 젊은 것 같은데 여간 까탈스러운 성미가 아닌 것 같았다. 심한 수술 뒤라서 과민한 탓도 있겠지만 도무지 신경 쓰여서 숨도 크게 내..

아... 아버지! 202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