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90

어머니의 노래 6

청솔고개 2014. 12. 7 아무리 기분 좋게 마신 어제의 술이라지만 과음을 해서 속이 좀 쓰리다. 그렇지만 마신 술만큼 심하진 않고 좀 피곤하다. 잠이 좀 오는 것 같아서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다. 어제 대 여섯 시간 최고의 기분을 다 소진해 버려서 그런지 아침부터 또 어지러운 마음, 망념, 마음의 구름이 나를 힘들게 한다. 50년 전에도 그랬고 40년, 30년 전에도 그랬었는데 이제 육십 중반에 접어 들어서 그까짓 것 뭐 대수라고 이런 생각이 들 때 최고로 기분이 좋다. 어느 한 순간 격렬하던 치통이 신기하게 멎을 때처럼 말이다. 아침에 늦잡치다 보면 면회시간 11시 40분을 지키는 것도 허둥대게 된다. 사람은 이렇게 길들이기 나름인 모양이다. 오늘 점심땐 아버지는 안 오셨다. 면회 중 혹 ..

아... 아버지! 2022.05.21

어머니의 노래 4

청솔고개 2014. 12. 5. 어제부터 날이 많이 차다. 오늘 -3.7도라 한다. 새벽 6시 반 지나 아내와 같이 병원으로 갔다. 도착하니 아침 7시 다 되었다. 좀 있으니 간병사가 왔다. 화요일 오후 요양병원에서 나와 오늘까지 이 병원에 와서 네 번째 이사다. 응급실, 7113호실, 8106호실, 7101호1인실, 3층중환자실. 언제까지 이리해야 하는가. 이리라도 할 수 있으면 어머니가 아직 계시는 것이고 못하면 어머니는 이 세상에 안 계시는 거다. 이리 생각하니 이런 수고도 아직은 감사해야 하지 않는가. 면회시간을 기다리다가 아내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면서 첫째한테 오늘 서울 가는 것은 물론, 1월 여행 비행기 표 취소까지 부탁한다. 나도 이번에 친구 개업 사무실도 찾아볼 겸 다녀오면 기분이 좀 전환..

아... 아버지! 2022.05.19

어머니의 노래 3

청솔고개 2014. 12. 2.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했다. 오전에 서울 첫째한테 다니러간다고 아내와 같이 이것저것 준비했다. 오후에도 서울 행 준비 시장 보고 난 뒤 4시 좀 지나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용태가 심상찮다. 간호사가 마침 아버지에게 통화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뵈니 얼굴이 많이 부었다. 설사, 호흡곤란, 토함, 오줌 잘 안 나옴 등이 주된 병세 악화 내용이었다. 오후 5시 좀 지나 요양병원 앰블런스로 다시 입원했던 전 병원 응급실로 모셨다. 5시간 기다려 저녁 10시 다 되어서 7층 일반 병실을 배정받았다. 중환자실로 간청했으나 안 된다는 의사 소견은 강경했다. 첫째 보기로 한 서울행과 단짝 두 친구의 만남은 일단 무산될 것 같다고 모두 메시지 보냈다. 병실에서 거의..

아... 아버지! 2022.05.18

어머니의 노래 2

청솔고개 2014. 11. 24. 아침부터 비가 온다.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느낌도 있다. 거리에는 온통 비에 떨어진 낙엽투성이다. 늦가을을 실감할 것 같다. 아침에 아버지 모시고 병원에 갔다. 오늘이 벌써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하신지 11일째다. 낮12시 쯤 중환자실 앞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보호자나 가족의 면회가 좀 뜸하다. 요즘은 하루 종일 불안하고 불편하고 힘든 마음이다. 계절적인 요인, 가정의 환경 등 때문인가. 언젠가는 나도 이 터널을 벗어나서 밝고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염원해 본다. 아버지께서 먼저 들어가셔서 죽을 먹이셨다. 10분도 안 남아서 내가 들어가 몇 모금 잡수게 했다. 어머니 안타깝고 불쌍해서 어떡하나? 마음이 참 무겁다. 오전에 담당의..

아... 아버지! 2022.05.17

어머니의 노래 1

청솔고개 2014. 11. 14. 아침 먹고 바로 큰집에 갔다. 어머니는 거의 인사불성 상태였다. 바로 119 이송을 요청했다. 아버지가 동승하고 내가 내 차로 뒤따라갔다. 곧장 응급실로 갔다. 구급차 비용은 궁금했었는데 소방서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시내 운행은 별도 비용이 없다고 한다. 정말 이런 제도는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어머니는 치매 약 기운 때문에 깔아져서 식사 못하면서 그 부작용 같다고 했다. CT, MRI 검사도 하고 입원 수속도 밟았다. 아버지는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실 때 무리하고 과하게 응대하신 게 큰 자책감으로 남으시는 것 같다. 1차 7층 병실에 입원했다가 다시 3층 중환자실로 이송했다. 담당의사는 MRI 결과 소견으로 뇌경색이 왔다고 했다. 아내도 다시 같이 왔다. 아내는 응급..

아... 아버지! 2022.05.16

아버지, 그 가을날의 동행 4

청솔고개 2021. 9. 7. 꾸준히 스스로의 도시락을 집에서부터 준비해 밥을 먹으니 정말 펜션에 놀러온 기분이라도 든다. 오전에 아버지께서 잠을 깊이 드신다. 참 다행이지만 저러다가 오늘 저녁 힘드시면 어떡할까 싶기도 하다. 오후에 아버지 콧줄 제거 검사를 하기 위해서 2층 촬영실에 모시고 갔다. 휠체어를 원하시더니 참 잘 됐다. 기다리면서 오면서 가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모시고 다녔다. 아버지 휠체어를 이렇게 태워드리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검사 결과 꼭 콧줄을 뽑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버지께 콧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을 해 드렸더니 손을 콧줄에 대면서 오후 내내 지금 콧줄 뽑지 않느냐고 보채신다. 타일러 드리니 함부로 하지는 않으시는데도 조마조마하다. 오늘도 의사가 직접 병실을 방문해서 콧..

아... 아버지! 2022.05.15

아버지, 그 가을날의 동행 3/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나의 똥 기저귀를 이렇게 처리해 주셨을 것이다. 이것만 생각하면 부모의 일과 관련된 어떤 일도 못 할 게 없다고 생각..

아버지, 그 가을날의 동행 3/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나의 똥 기저귀를 이렇게 처리해 주셨을 것이다. 이것만 생각하면 부모의 일과 관련된 어떤 일도 못 할 게 없다고 생각된다 청솔고개 2021. 9. 5. 병원에 온 지 3일째다. 아침식사는 어제 가져온 하나 남은 잡곡 죽밥으로 했다. 점심은 하나 남은 김치컵라면으로 해결했다. 그래도 어제 가져온 노트북이 있어서 틈틈이 생애깁기를 완성해 갔다. 이래야 나의 시간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생존의 의미가 살려질 것 같다. 오후 3시쯤 돼서 병원에서 살짝 나왔다. 집에 가서 밥을 준비해야 한다. 집에 와서 먼저 다육이들이 숨통을 트게 창문부터 열었다. 이어서 멥쌀 2에 잡곡 1로 해서 쌀을 안쳤다. 쌀 씻은 뜨물을 받아서 다육이, 관..

아... 아버지! 2022.05.14

아버지, 그 가을날의 동행 2

청솔고개 2021. 9. 3. 요양병원에 11시에 도착했다. 아버지 이송할 구급차가 다른 환자 이송한다고 좀 늦다고 했다. 요양병원에서 11시 30분에 출발했다. 도착한 병원 응급실 앞은 코로나 검사 등으로 혼잡하였다. 아버지는 폐 엑스레이부터 촬영한 후 코로나19증상을 판별한다면서 응급실 입실 자체가 계속 지체되었다. 거의 1시간 30분 넘도록 기다렸다. 요양병원 이송 팀 두 사람에게 괜히 내가 미안하다. 아무래도 요양병원 의사와 이곳 담당 의사와의 소통 부족이 원인인 것 같다. 일단 아버지 코로나19검사 결과가 확인 안 된 상태이고 가벼운 폐렴 기운이 발견돼서 절차상 격리병실2호에 들어갔다. 일종의 독방신세가 된 셈이다. 내가 도중에 물과 기저귀를 가지러 내 보내 달라고 했더니 관리하는 간호사가 강하..

아... 아버지! 2022.05.13

아버지, 그 가을날의 동행 1

청솔고개 2021. 8. 24. 오늘은 드디어 서울 가는 날. 출발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1시 27분에 요양병원에서 간호사가 전화했다. 아버지가 헤모글로빈 수치가 많이 낮아 져 산소포화도 수치도 부족하며 열도 좀 있는 것 같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어왔다. 지금 내가 허리 진료로 서울 가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고 병원에서 처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 달라고 한다. 나도 마음이 두 갈래이다. 내 몸도 돌봐야 되고 아버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도리가 그것이다. 일단 26일 진료 후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그런 전화를 받으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냥 가라앉는 것 같다. 아내도 내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이제 아버지께 할 도리는 당신도 충분히 하시고 있다고 한다..

아... 아버지! 2022.05.12

아버지 2021, 9

청솔고개 2021. 8. 16. 오늘은 동생더러 아버지 면회하도록 했다. 잘 한 것 같다. 동생 태우고 병원 주차장에서 내리니 내 다리가 거의 말을 듣지 않는다. 특히 오르막은 거의 힘을 쓸 수가 없어서 몇 번이나 쉬었다. 3층 면회실 앞에 도착하니 시간이 촉박했다. 동생한테 면회절차를 다시 알려주고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밖의 대기석에는 여남은 명 쯤 되는 한 떼의 면회객들이 의자를 차지하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니 이들 가족 중 누가 중환자실에서의 임종이 임박한 듯했다. 들리는 이야기가 장지니, 장례 절차니 하는 것을 의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중 한 둘은 아주 울 듯한 표정으로 양팔로 얼굴을 묻기도 하곤 한다.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은 늘 이렇게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지나 보다. 돌아오는 길에..

아... 아버지!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