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邂逅-아버님을 떠나보내면서-/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방랑자처럼 헤매신大地 위의 길과 길들

청솔고개 2020. 12. 15. 00:31

邂逅  -아버님을 떠나보내면서-

                                                         청솔고개

 

아버님

어젯밤 서산머리에 애처러이 스러져 가는

초승달 속에 난 당신의 슬픔처럼 번지는

운명의 나래짓을 보았습니다.

 

어느 눈 내리는 밤

당신은 위대한 제후처럼 내게 와선

헐벗은 나그네처럼 말없이 떠나신 당신의 용자

호올로 영광스러웠던 젊은 시절의 위대한 회상이여

질곡과 같은 역사의 증인이여

폐허 위의 생명체외다

 

아버님

일찍이 당신이 남기신 발자욱을 헤면서

오로지 회상 속에서 잔주름만큼이나 파란했던

당신의 모습

외려 初老의 곤혹함에 연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당신의 여린 아들은 뒤돌아 오열합니다

 

아버님

가없는 삶의 여정에서 한 줌의 흙이 되도록

힘없는 한아름 포옹 속에서라도 끝없는 뜻을

머금은 당신의 모습

입술을 깨물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할 당신의 사랑

아버님

당신의 분명히 내 생명의 原泉이었습니다

 

아버님

멀고 먼 南道에서 열흘이 하루가 되도록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방랑자처럼 헤매신

大地 위의 길과 길들

흑암처럼 깊은 눈보라 속에서도

얼어붙은 겨울 海邊 마른 파도를 뒤로하고

마침내

당신과 나의 만남은 운명인가 봅니다

당신과 나의 別離는 운명인가 봅니다

[병진년 섣달 진중에서 (<띠집 10호>

창간 4주년  1977년 12월 기념호에 게재된 작품)]

                                                    2020.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