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밭

나의 자전거 인생 3/ 자전거와 차와의 충돌이 이런 거로구나. 결국은 한 번 올 게 왔구나

청솔고개 2021. 3. 23. 00:31

나의 자전거 인생 3

                                                                                 청솔고개

   엊그제 일어난 세 번째 사고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그날 친구와 오랜만에 점심 약속이 있어 시간 맞춰 가고 있었다. 신호등이 없는 다리 끝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일단 정지를 하였다. 차 한 대를 먼저 보내고 뒤에 이어오는 차와는 틈이 좀 있어서 안심하고 지나가는데 순간, “툭~“ 하면서 내 자전거 앞바퀴가 승용차 오른쪽 앞부분에 살짝 부딪치면서 자전거와 내 몸이 왼쪽으로 넘어졌다. 왼쪽 무릎이 땅에 부딪친다. 무릎을 중심으로 온몸에 약간의 충격이 전해진다. 순간 속으로 늘 걱정하던 “자전거와 차와의 충돌이 이런 거로구나. 결국은 한 번 올 게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차가 정지하고 운전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내려서 “괜찮습니까? 많이 다치지는 않았는지요?”하고 나를 부축하려 한다. 이어서 조수석에서 운전자의 아내인 듯 한 여자도 내려서 놀란 표정으로 걱정하는 말을 건넨다. 나도 너무나 놀라고 황당해서 좀 큰 목소리로 “아니, 횡단보도인데 그렇게 막 달려도 됩니까?”하고 다그치니 “예, 제가 뭐 좀 생각한다고 앞을 주목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병원에는 안 가셔도 되겠습니까?”한다.

   그 순간 속으로 일단 병원 가서 검사라도 해 볼까하다가 다시 자전거 앞바퀴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니 틀어진 것도 없고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도 않았다. 내 무릎에서 통증이나 불편한 느낌이 없어서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지켜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명함이나 연락처 있으면…….” 하니 명함을 건네준다.

   이 경우 만약에 운전자가 자기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굳이 내가 횡단보도를 무리하게 진입한 것으로 사고 유발 책임을 몰아 붙였더라면 나도 ‘욱’하는 마음에 당장 병원 가자고 다그치면서 사고의 원인부터 따져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젊은 운전자는 순순히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기에 나도 모르게 일단 지켜보고 연락 주겠다는 말이 튀어나온 것 같았다. 아울러 “자동차가 횡단보도를 그렇게 확 지나가면 됩니까?”하고 한 번 더 운전자의 과실임을 확인은 해 주었다.

   그러면서 또 살짝 불안한 마음은 들었다. 내가 10년 째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아주 가벼운 충격이지만 척추 건들림으로 작용해서 더 나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우 내가 어디까지 이 가해 운전자에게 피해자로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가 하는 걸 생각하니 그 셈법이 무척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만약 내 척추관협착증, 척추디스크, 전방전위증 등 3종의 척추질환에 이 충격이 촉발요인이 돼 악화가 된다면 보상 문제가 좀 복잡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해결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것이다.

   요즘 교통사고에 따른 과잉진료 문제가 사회적으로 자주 대두된다. 피해자로서는 다쳐서 놀람, 통증, 몸의 불편함에도 화가 나는 일인데 이에 따른 치료 등 보상이 부실하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으니 더 확실한 치료를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공정하다는 논리일 것이다. 물론 나도 하루 이틀 내 몸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응하겠지만, 그 시간이 무척 불편할 것임은 겪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이 된다. 혹 내가 과잉진료의 장본인이 되지는 않을까. 나의 신념에 비추어 볼 때 이건 내가 가장 혐오하는 방식인데 내가 그 중심에 들면 어쩔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내가 왜 그때 한 순간만 여유를 가지고 오는 차를 기다렸다면 이런 고심에 빠지지 않아도 될 터인데 하는 자책감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전거 안장에 오르면 나는 늘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자전거보다 큰 오토바이, 승용차, 트럭 등은 당연히 자전거 탑승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은 제법 성숙해진 운전문화로 바뀌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신뢰고 약속이어야 한다.’

   그래서 만약에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충분한 여유가 있거나 내가 먼저 가겠다는 눈길 신호나 손짓 신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들이대는 자동차 운전자를 맞닥뜨리면 나는 더 저돌적, 공격적 심리로 된다. 때로는 내가 무모하게도 저 자동차가 어떻게 나오는가 보자는 심보로 그냥 진행하게 되면 어떤 차는 충분히 여유를 두고 나를 배려하지만, 급정거를 해서 움찔하는 차도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렇게 함으로써 나를 일종의 시험도구로 삼는 건 아닌가, 나에게는 치명적인 사고에 대한 위험을 즐기듯이 일부러 불러오려는 이상한 심리가 내재돼 있지는 않는가, 이건 일종의 이상(異常)심리 발로는 아닌가, 나는 어쩌면 치명적인 사고를 몽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순간순간 많은 상념이 스쳐간다. 2021.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