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 Here

펍[Pub],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청솔고개 2024. 12. 27. 00:10

 
 

                                                             
                                                        청솔고개
    2024. 1. 18.
   여행 11일째다.
   연일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고향이나 서울의 한파주의보와는 관련 없는 곳에 산다는 것이 아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이가 기운을 완전히 차린 것 같다. 어제 술 한 잔 후 살짝 걱정도 됐는데 아침 밥을 먹으러 9시까지 1층 식당에 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식사 후 아내는 바로 쉬러 올라가고 아이와 나는 근처 라오텔레콤에 가서 유심 연장 교체를 위해 출발했다. 아이과 같이 거니는 이 시간의 이 거리는 그야말로 ‘화란춘성(花欄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의 분위기다. 문득 수년 전에 이때쯤 친구와 찾았던 중국 쿤밍이라는 도시의 별명이 꽃의 도시 ‘춘성(春城)’이라는 곳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화양연화(花樣年華)’, ‘꽃과 같은 화려한 때’가 바로 지금이고 그곳은 여기일 것이다.
   라오텔레콤은 빠뚜싸이 보이는 중앙대로로 조금 가다가 왼쪽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는 유심과 여권을 들고 있는 얼굴 사진을 찍어야 유심교체가 가능다고 한다. 무사히 처리했다.
   점심은 602실 우리 방에서 카스테라와 코코넛이 들어간 찰떡으로 같이 먹었다.
   3시까지 나이스 마사지에 갔다. 오늘은 예약을 해서 그런지 내가 10분 늦게 시작하는 것 외에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특히 아이가 가장 선호하는 그 마사지사가 아이를 담당하게 돼서 더 좋다고 했다.
   마치고 바로 한 골목 지나 도가니 쌀국숫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소짜, 둘은 대짜였는데 국을 매콤하게 하려고 잘라 넣은 고추를 먹어버려서 순간 진땀이 났다. 이어서 근처 편의점에 들러 라오 맥주, 과자 등을 샀다.
   저녁 먹고 혼자 골목에 나섰다. 오늘은 작정하고 이 여행자 골목의 분위기에 몰입해 볼 작정이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왼쪽 야외 테이블에는 현지인을 비롯한 서양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맥주와 담소를 한껏 즐기고 있었고 특히 한 곳에는 노래까지 불러가면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되돌아와서 코너의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라는 펍[Pub]에 들렀다. 메뉴판을 달라고 해서 작은 라오맥주와 고르고 고른 끝에 우선 보기에 괜찮을 것 같은 베지터블 사모사[Vegetable Samosa]를 주문했다. 사모사는 삼각형 김밥 형태였는데 2개가 나왔다. 우선 왼쪽 너덧 인도 친구들의 활발한 대화, 오른쪽 테이블에 혼자 앉은 인도인, 뒤쪽의 서양인 커플 등 아주 다양한 국적의 세계시민들의 집합체가 바로 여기인 것 같았다. 그만큼 이 도시가 세계화, 국제화됐다는 것인가. 서빙하는 인도 청년은 나름 재빠르게 처리한다. 터번 같은 걸 쓴 수염이 탐스러운 인도인은 왼쪽 친구들과의 좌중에서 일어나 왔다갔다 하면서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거의 30분 이상 통화를 한다.

   나는 이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연신 폰에 담고 동영상도 하나 찍었다. 녹음도 해 본다. 그런데 맥주 1병, 사모사 1인분을 계산하기 위해서 ‘첵, 플리즈’ 하고 전했는데 뭔가 소통이 잘못됐는지 또 다른 직원인 듯한 젊은이가 재빠르게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더니 뚜껑을 따서 더 내놓는다. 순간 뭔가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라오 병맥주 두 병 다 마시고 남은 사모사 하나는 티슈에 말아놓았다. 아내에게 맛보여 주려는 것이다.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 됐다. 아내가 호텔 룸에서 너무 기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자지 않고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빨래 하는 김에 오늘도 또 몸을 담갔다. 꽉 찬 하루였다. 베란다에서 서녘 하늘을 보니 어느덧 달이 좀 차올라서 반달이 다 되어간다. 오늘도 잠이 잘 올 것만 같다.   
 2024.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