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내무반 대기 후 첫 면담이 있었다. 첫날은 이렇게 어영부영 보냈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인사계 상사와 나의 보직에 대해 면담하였다. 교사 출신이고 하니, 행정반 교육계 일을 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교육장교가 넌지시 의향을 타진해 왔다.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일개 사단에 티·오가 서넛밖에 안 되는 희소 주특기는 십중팔구 제대로 찾아 먹지 못한다는 제2훈련소부터의 풍설이 낭설이 아님을 확인하는가 싶다. 나는 그 부당함을 항의했다. 통신학교에서 10주 이상 국비를 들여서 양성한 특수 보직 자원을 부대의 편의를 위해 일방적으로 다른 직(職)으로 보(補)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나의 주장이 전입 이등병치고는 당돌하다고 부대의 인사 행정장교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