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밭

행복학 개론 1, '기온의 차이'/ 나는 오늘도, 이 순간에도 그 1도의 기온차를 찾아서 느끼기 위해, 행복 체감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청솔고개 2020. 12. 28. 23:55

행복학 개론 1, 기온의 차이                                                                                      

                                                                           청솔고개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 행복을 위해서는 불행한 상태나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과거의 인간 심리학은 주로 사람 마음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는데 최근에는 그 행복을 추구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 가는 것 같다. 이른바 긍정심리학이다.

   나도 평생토록 ‘행복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매달려 살아 온 듯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 헤매는 보헤미안 같은 존재다. 나의 50여 년 전의 기록에서도 그러했고, 그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걸 놓지 못한다. 동서고금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행복론을 각기 설파해 왔다. 철학자, 작가, 예술가, 종교지도자, 상담가, 심리전문가 등.

   나는 한겨울이 되면 추위에 벌벌 떨면서 한여름의 폭염을 그리워한다. 또 한여름이 되면 나는 그 반대가 된다. 며칠 전에는 갑자기 한파 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서 동파를 걱정하고 동상, 동사를 걱정할 정도였다. 이곳에서도 영하 7,8도를 기록하였다. 산행 자주 가던 산골짜기 물도 다 얼어붙어서 빙벽을 이루었다. 그 빙벽은 며칠 동안 그대로 굳어 있었다. 오늘은 그 빙벽이 다 녹아버리고 흔적 없이 물이 졸졸 흘러내릴 정도다. 해도 바뀌지 않았는데 봄이 온 것 같다.

   오늘은 어제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겨울 비 온 후는 반드시 한파주의보를 내릴 정도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따스한 기운이 넘친다. 아침 늦게 일어나 보니 방안의 기온이 그새 봄이 온 줄 착각이라도 할 정도로 훈훈한 게 정말 신기했다. 실제로 어제까지만 해도 당국에서는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나는 정오에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서 투사되는 겨울햇볕의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몸의 평화를 체감했다. 이런 몸의 평화는 곧 마음의 평화를 이어준다. 이런 날은 내 몸이 풀려서 나의 고질병인 척추관협착증 증세도 완화해 준다. 나는 갑자기 신이 나서 부지런히 8종 스트레칭 하나씩 해 나간다. 오늘은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스트레칭을 진행할수록 내 하초는 더욱 부드러워진다. 발바닥과 종아리는 기분 나쁘고 거북하기 짝이 없는 심한 저림 증상 대신 내 건강한 본연의 힘이 발동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 오늘 약속한 산행은 거뜬히 기분 좋게 진행될 예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렇게 일상의 온도차를 감지하고 단 1도의 온도차라도 그것이 더 내게 쾌적한 변화를 가져온다면 그 느낌이 바로 행복의 실체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엄동설한에서 갑자기 봄날의 훈풍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어제의 기온이 1도였는데 오늘은 5도라면 그 5도만큼 더 따뜻해진 것이다. 그러면 난 그 5도만큼이나 더 행복해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이 순간에도 그 1도의 기온차를 찾아서 느끼기 위해, 행복 체감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2020.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