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밭

행복학 개론 2, '돌려막기 마음 다스리기'/'지금의 고난이 내 생애 최악은 아니다. 이보다 더 심한 적이 있었지 않느냐 '하는 신념

청솔고개 2020. 12. 30. 23:53

행복학 개론 2, '돌려막기 마음 다스리기'                                                                                      

                                 청솔고개 

  평생을 살아오면서 과연 겨울 햇볕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행복의 순간이 몇 차례나 될까? 다 모아 놓아도 그 시간이 얼마나 될까? 나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나의 정체성을 자각하면서, 무순 같은 내 여린 마음이 하룻밤 찬바람과 무서리에 시들고 말라버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내 인생의 겨울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내 인생에 봄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온힘을 다해 주위의 따스한 기운을 끌어당기고 흙에 스며들어 있는 물기를 빨아올려서 내 안을 키우고 채워갔다. 그래서 이 정도라도 버티고 견딜 수가 있었다.

   이래서 내게 시련이 닥칠 때마다  나는 세상에 하느님 같은 것은 절대로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이런 어려움을 감당하게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내 연두색 속살은 그 본연의 순정(純正)하고 평화로운 색깔을 잃어갔다. 흠결이 생기고 주름이 졌다. 나는 갓난애의 속살 같은 나의 본연의 마음의 무늬를 평생 그리워했다. 내 마음의 봄날은 다시는 맞이할수 없다면서 절망했다. 그 절망을 무한 절망했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생존해야 했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지는 몰랐다. 삶을 무조건 살아가게 하는 이러한 힘이 바로 생존 본능이라는 건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역사에서 고비마다 하나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사건이 내안으로 들이닥치면 한동안 나는 거기에 사로잡혀 헤어나질 못하였다.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욱 밑으로 가라앉게 되는 것을 겪었다. 밑을 알 수 없는 수렁이었다. 한번은 나는 그냥 빠져 들어가면 가는 대로 몸을 맡겨보았다. 그랬더니 그 순간, 희한하게도 허우적거리던 내 두 팔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게 되고 두 발은 까딱까딱하기만 해도 더 이상 아래로 빠져들지 않았다. 그건 내가 헤엄질 처음 배웠을 때는 자꾸 몸이 아래로 빠져들곤 했었지만 어느 순간 목만 내 놓고 나도 모르게 내 몸의 힘을 빼고 두 손, 두 발만 까딱대니 그냥 힘 하나 안 들이고 가만히 떠 있게 된 순간을 맞이하던, 그 기적 체험과 같은 것이었다.

   공부 성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정신건강염려증, 강박증, 신경증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심한 불면증을 앓게 되었다. 이 불면증은 또 다른 불안강박증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대인기피증으로 발전해서 세상 활동을 스스로 제한하는 증상으로 전환되었다. 대인기피증을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사회활동을 진행하다가 다시 또 다른 주제의 불안강박증으로 전환되는 것이었다. 이 불안강박증이 촉발 요인이 돼 심한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우울증을 동무삼아 동행하는데 또 다른 불안강박증이 끼어들어 심하면 내 삶이 마치 지옥 같거나 사막 같은 느낌이 들 순간도 맞닥뜨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살아서 지금도 뭔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 이런 마음의 편력을 하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평생 마음의 평화 경을 얻기 위해서 나는 인생의 긴 여정을 지금까지 걸어왔다.

   그 결과 내 인생에서는 초등시절 이후 내 마음의 평화 경은 다 쑥대밭이 됐고 다시는 일굴 수가 없다고 절망했었는데 그러면서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니 그러는 동안 나는 참 내 마음의 고통을 종목별로 잘 돌려막기하는 데 선수가 돼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새로 생긴 익숙하지 않는 마음의 병증은 그전에 겪어서 더 극심했던 병증으로 돌려막고, 새로운 마음의 병증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이런 시스템과 패턴으로 나를 보호하곤 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을 빌려서 갚을 때 가장 좋지 않는 패턴은 돌려막기라고 하는데 마음을 보호하고 마음의 평화 경을 일구는 데는 이 돌려막기가 내게는 생존의 방편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했다. 마음이란 담장을 잘 쌓아올리기 위해서는, 아니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랫돌을 빼어 윗돌을 괴는 식'의 돌려막기가 절실했음을 깨닫는다.

   나는 '지금의 고난이 내 생애 최악은 아니다. 이보다 더 심한 적이 있었지 않느냐 '하는 신념을 가슴에 새기는 '돌려막기 마음 다스리기'와  "신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시련만 주신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2020.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