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5

잔뇨(殘尿)와 씨름하다, 배뇨일지(排尿日誌) 쓰다, 또 다른 장애(障礙)의 시작

2024. 7.15.   오늘, 입원 25일째, 발병 26일째 날이다. 요즘 오줌이 원활히 누어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다리에 힘없어 불편한 것보다는 요도에 관 넣고 오줌 누도록 하는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는 무언가라도 세세히 내 병증의 이력(履歷)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그걸 못한다고 하면 아직은 발병과 치료로 여력 없어서 그렇다고 하면 변명일까.   침상에서 오줌줄을 오줌통과 연결해서 편리하게 배뇨하는 방식으로 오래 하면 배뇨 기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자연 배뇨(스스로 배뇨)를 시도해 보라고 했다. 자연 배뇨 시작한 지 7일이다. 오늘 잔뇨 측정 통계를 내보니 9차례, 3,140cc로 측정된다. 엄청난 양이다. 평균보다 1,000~1,500cc가 더 많다. 수액, 주사액 등..

Now n Here 2025.02.23

“우리 모두 장애인입니다. 신이 존재한다면 오직 신만이 비장애인입니다”

청솔고개    영원한 안식을 취하기 전에/아픈 통증까지도 사랑하라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주지 않는/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안아 주리라   ‘헤세의 시 「절대 잊지 말라」중에서’    헤르만 헤세의 수필집 ‘삶을 견뎌내기’에 실린 한 편의 시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볼 때, 품격 있고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로 평가되는 헤세도 삶은 향유(享有)하는 것보다 그냥 견디는 것, 버티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헤세의 생애가 그러하거늘 보통 사람들의 한 생애(生涯)는 어떠할 것인가. 삶은 지난(至難)한 역정(歷程)이다.   나는 2024. 6. 20. 저녁 한 친구와 식사하고 차 한잔하려는데 하지에 힘이 완전히 빠지고 몸의 중심이 무너져 걷지 못하는 ..

Now n Here 2025.02.18

“잘 넘어지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

청솔고개   30년도 더 전이다. 직장 동료 하나가 스키 타기에 막 빠져드는 중이었다. 그는 스키 전도사를 자처했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스키 타기의 매력을 틈만 나면 호소하곤 했었다. 지금껏 내가 시도 보았던 스포츠, 예컨대, 테니스, 축구 등은 체력과 체격 조건이 맞지 않아 몇 차례 시도해 봤지만, 도중에 포기했었는데 내게 이런 제안은 무척 신선하고 매력적이라고 느꼈었다.    나는 속으로 '옳다구나, 이것이다. 이젠 스키다. 이건 체력보다 담력이 더 필요할 터. 이것만큼은 내가 반드시 마스터하리라' 하고 다짐했다. 그 스키 전도사는 스키장에서 대표적으로 스키 포기족의 행태를 이렇게 전했다. “스키장 아래에서 몇 번 연습한 후 바로 리프트 겨우 타고 올라가서 활강하려니 밑에서 보던 것과는 너무나..

Now n Here 2025.02.13

눈 감으면 유년 시절 고향 집이 떠오르다 2

청솔고개 왕대로 얼기설기 짜 놓은 큰삽짝은 무거워서 나 혼자 여닫기가 힘든다. 가는 대쪽 촘촘히 짜 놓은 작은삽짝은 나 홀로 잠금 고리로 들어 옮겨본다. 퍼런 물이끼 끼어 있는 앞마당 텅 빈 데는 바로 앞 논바닥과 높이 차이 거의 없다. 마당 물 빠짐이 더뎌서 축축하다. 마당 가 도랑에는 실지렁이도 오글오글하다. 야트막한 황토 죽담 위 반질반질 툇마루가 놓여 있다. 그 아래는 호매이, 낫, 수굼포, 곰배, 쏘래이, 가래, 까꾸리 차곡차곡 보관해 놓은 곳이다. 두꺼운 소나무 판으로 짠 대청마루 보기에 든든하다. 걸으면 삐걱삐걱 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대청의 실겅 콩자반 몰래 꺼내 먹으러 깨금발로 살금살금 걸어 들어간다.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 간다. 대청 넓은 틈새에는 먼지와 때가 끼어..

Now n Here 2025.02.09

눈 감으면 유년 시절 고향 집이 떠오르다 1

청솔고개 고향 집이 보인다. 논길 옆에 짜놓은 나지막한 담벼락이 보인다. 담벼락 안팎을 대추나무 등걸이 지탱하고 있다. 내 등줄기가 그 등걸을 닮아있다. 대추나무 가지는 작은할아버지의 거칠고 뭉툭한 손가락 마디마디다. 대추나무 가시는 작은할아버지의 성품을 닮아 있다. 담벼락 앞에는 바로 논이다. 그사이에는 구루마 길이 나 있다. 우리 집 구루마는 1년에 몇 차례 이 길을 지난다. 구루마는 우리 집 쓰리랑큰소가 끈다. 구루마는 이 길로 해서 큰 삽짝으로 출입한다. 농사일이 제일 바쁠 때 드나든다. 이른 봄 모내기 준비로, 논에 썰어 넣을 풀을 실어 나를 때다. 주로 떡갈나무, 속새 등 푸성귀를 우중골이나 명정 같은 아주 먼 산에서 베어서 싣고 온다. 모심기 하기 위해 갈아엎어 놓은 무논에..

Now n Here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