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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6/이 시간이 내 생애의 수업의 마지막 시간이다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6 청솔고개 2014. 8. 29. 금. 갬.(후편) 2교시에는 오늘 퇴직을 앞둔 다른 퇴직 동기 둘과 같이 인사 차 교장실에 다녀왔다. 두 시간 내리 수업이 없어서 남은 일을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퇴직 동기 둘로부터 인터넷 사이트 프로그램에서 처리하는 명예퇴직금 신청 절차에 대해서 도와달래서 처리해 주었다. 내 마무리 일은 못하고 그냥 보내버렸지만 그래도 같이 나오는 사람들에게 이런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마지막 날을 보내는 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6교시, 2-3, 내 생애 마지막 날 마지막 남은 한 시간 수업이다. 아이들도 푹 가라앉은 표정이고 반분위기도 많이 고요하다. 원래 이 반 아이들은 매우 침착하..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5/이제 나는 아이들한테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교실을 떠난다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5 청솔고개 2014. 8. 29. 금. 갬.(전편) 오늘, 내 교직 생애 마지막 일주일의 끝날. 비감해 진다. 뭔가와 영영 헤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걸 실감한다. 0교시 2-3 교실에서는 6교시에도 수업이 또 있으니 그냥 지나갔다. 1교시 2-1, 수업을 30분 정도 하고 나머지 시간에 마지막 ‘청솔고개의 희망편지’를 읽어 주었다. 오늘이 내 생애의 마지막 수업일. 생각하니 나 스스로 또한 만감이 교차한다. 아이들도 모두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이다. 아이들이 스승의 노래를 부른다. 다른 반 수업도 있고 하니, 내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좀 조용히 불러달라고 손짓으로 주문한다. 아이들은 눈치 빠르게 따라 준다. 고맙다. 케이크도 준비했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4/몇 편을 나를 향해 읽어주다가 그냥 울먹인다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4 청솔고개 2014. 8. 28. 목. 비. 아이들과의 이별의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렇게 절실하게 여겨질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다. 그 동안의 힘든 일, 서운함, 아득함이 이 기간에 다 묻어지는 것 같다. 나와 헤어짐에 섭섭해서 눈자위가 벌개진 아이들도 있다. 2-2 마지막 수업이다. 반 아이들은 전원이 나한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비닐에 씌어진, 다른 모양의 편지지에 깨알 같은 사연을 가득 써서 먼저 실장이 낭송을 한다. 실장이 몇 편을 나를 향해 읽어주다가 그냥 울먹인다. 뒤로 외면하면서 마무리하였다. 내가 가서 그 아이의 손을 잡아 주고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고맙다.” 나의 떠나감이 이처럼 조용하면서 절실한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3/"그 동안 열정적으로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감사했어요."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3 청솔고개 2014. 8. 27. 수. 비. 0교시에 2-9 아이들과 정말 마지막 수업. 아이들이 흑판에 가득 차게 잔뜩 석별의 인사를 써 놓았다. ‘사랑해요, 청솔고개 선생님’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더러 많이 침울해 하는 표정이다. 이런 아이들의 반응에 고마워해야 할지, 곤혹스러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특히 홍ㅇㅇ 아이의 표정이 너무 안쓰럽다. 평소에 수업시간에 나의 수업에 잘 호응해주고 특유의 구수한 유머로서 좌중을 즐겁게 해 주던 아이가 오늘은 의기소침한 게 안 돼 보였다. 그런 그 아이한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뭔가? 지금은 없다. ..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2/청솔고개의 고별 희망편지를 띄우는데 내 목소리가 좀 떨린다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2 청솔고개 2014. 8. 26. 화. 비 오늘로 앞으로 남은 출근 날짜는 4일. 대학 동기 하나로부터 연락 왔다. 뜻대로 명예퇴임하게 된 걸 축하한다는 인사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늘 고2-8, 8교시 방과 후 문학 시간, 고별 강의. 정해진 진도 대략 마친 후, 첫 이별 인사. 청솔고개의 고별 희망편지를 띄우는데 내 목소리가 좀 떨린다. ‘내 생애의 아이들’은 숙연한 모습이다. 눈시울을 붉히는 아이도 있다. 이렇게 하나씩 마감되는 거다. 삶이란 모두. 나도 하나하나 그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내 가슴에 담으려고 해 본다. 오늘 저녁에 우리학교 국어과 후배 교사 일곱이 베풀어주는 환송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다. 초등 및 대학에서까지 후배가 된 1..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1/책상 위, 서랍 속에 내 문학과 인생의 자취가 아직도 많이 묻어 있다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1 청솔고개 오늘부터 5일 동안 나는 내 생애의 마지막 수업을 했다. 6년 전의 일이다. 그 6년 후 오늘 다시 그날의 기록을 더듬어 본다. 오늘 이 순간, 내 생애의 아이들이 내게 준 많은 이야기와 기억의 정표들을 다시 서랍에서, ‘내 생애 깁기’ 폴더에서 다시 불러내 본다. 아이들이 내게 건넨, 길고 짧은 편지, 엽서와 메모의 사연을 하나하나 모두 정성스럽고 소중하다. 가만히 다시 읽어본다. 그런데 그 아이의 사연과 스토리, 그 이름과 그 아이의 얼굴이 이제는 이어지지 않으니 안타깝다. 그 아이한테 참 미안하다. 편지를 쓴 그 아이 하나하나에게 나의 답신은 언제..

코로나19 시대를 읽는 방식/우리는 이제 코로나19를 포함한 신종바이러스 시대를 살고 있다고 봐야한다

코로나19 시대를 읽는 방식 청솔고개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 당국은 이미 2차 대 유행에 접어들었으며 주말이 분기점이라고 했다. 어제는 신규 확진자 397명, 오늘 현재 신규 확진자 266명, 전체 확진자 17,665명, 사망자 309명, 격리해제자 14,219명 치명률 1.75%로 발표했다. 아직 이것이 정점은 아니라 더 증가할 것이라는 질병본부장의 경고가 더욱 문제의 심각성을 시사하는 것 같다. 나도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불안함과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무엇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가를 다각도로 생각해보았다. 최근 한 언론사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경제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과의 대담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아래는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본 것이다. ..

나의 길 2020.08.24

깜빡이가 작동하는 거리를 만들자/우리 사회 전반이 이 깜빡이 미작동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다

깜빡이가 작동하는 거리를 만들자 청솔고개 내가 차 운전하면서 가장 화나는 게 있다. 운전 상황에의 필요한 깜빡이, 즉 방향지시등 점등의 소멸이다. 즉, 이런 운전상황에서는 반드시 방향지시등 점등이 필수적인데 점등하지 않고 깜깜이 운전을 하는 것이다. 나의 어림짐작으로도 제대로 작동하는 게 절반도 안 되어 보인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 혹은 앞에 가는 차가 분명 직진은 아니고 좌나 우로 운행 방향이 바뀔 것 같은 상황인데 지켜보아도 결국 그 차의 방향지시등은 끝내 먹통이다. 이를 주변 운전자에게 사전에 예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그냥 무시하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에도 모든 차의 운전자는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해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나의 길 2020.08.23

그날, 한 이별(離別)의 기록 2/한 삶이 태어나고 살면서 한 생애를 마감하는 일은 이리도 장엄한 것인가

그날, 한 이별(離別)의 기록 2 청솔고개 여전히 37도, 38도 오르내리는 염천이다. 요즘은 밤에도 너무 더워 잠들기가 힘든다. 온몸에 땀띠가 나고 파김치가 된다. 할아버지 장례식 날이다. 오늘 드디어 할아버지가 영영 떠나시는 날. 그래서 영결종천(永訣終天)이라 했던가. 몇 십 년 만의 가뭄과 폭염에 야산의 나무, 특히 대나무가 허옇게 말라 죽은 사태가 속출하는 날씨다. 가뜩이나 이런 날씨인데 장례 절차가 두서없고 시행착오가 이어진다. 오전 10시 출상을 앞두고 새벽에 종조모님 주선으로 스님 한 분을 모셔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강심 그 자리에 가서 불교식 반혼(返魂)의 식을 치렀다. 새벽 5시, 미명이 비치는 강물은 무심히 흘러가고 흥건히 맺힌 아침 이슬은 외려 포근하고 풍성한 느낌을 준다. 사막과도..

그날, 한 이별(離別)의 기록 1/그 영면(永眠)의 장소는 참으로 아름답고 시적(詩的)이며 명상적(冥想的)으로 느껴졌다

그날, 한 이별(離別)의 기록 1 청솔고개 할아버지께서 아직 들어오시지 않았다는 어머니로부터의 다급한 전화를 그 전날 밤에 받고 그날 밤새 가실만한 곳은 다 찾아 다녀도 행방이 묘연했다. 이제까지 이런 적이 없으셨다고 어머니는 넋을 놓고 계셨다. 다음 날 아침 할아버지 다니시던 경로당에서 어르신 한 분이 어제의 할아버지의 동정을 제보해 주셨다. 어제 아침에 목욕하러 가셨다는 장소로 급히 가 보았다. 그 분은 둑을 따라 가셨다는 경로를 자세히 알려주셨다. 아버지, 숙부님, 나 세 사람은 황망하고 긴장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찾아 나섰다. 안 계셨다. 목욕하셨다는 곳에는 유류품 하나 없었다. 물속에 바지를 걷고 들어가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남쪽 상류로 2,30미터 쯤 강변 갈대밭 길 위로 가서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