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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네 편이 되어 줄게 (2/2)/이런 내 ‘생애의 아이들’을 만나서 이제야 나는 참된 ‘어른의 시간’을 가진다

끝까지 네 편이 되어 줄게 (2/2) 청솔고개 *다음은 5월만 되면 생각나는, 끝까지 네 편이 되어 주지 못해서 가슴 아파했던 지난날 나의 교단 이야기이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학업 중단하는 학생은 6만 여명, 그 중 절반은 건강, 가정 사정이고 나머지는 학교 부적응이 그 원인이라고 통계에 나와 있다. 매년 3만 여명의 학업부적응학생이 사회에 나와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인구부족 위기에서 인적자원 활용 측면에서도 필요한 사업이라고 국가가 판단한 것이리라. 수년 전부터 교육부가 주관해서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학업중단숙려제 프로그램 활동이 그 중심이다. 올해로 두 해째, 나는 교육지원청을 통해서 의뢰된 위기의 청소년들을 찾아 각급학교 상담실..

끝까지 네 편이 되어 줄게 (1/2)/상복을 입은 아직 앳된 새댁이 내게 목례를 해서 나도 답례를 했다

끝까지 네 편이 되어 줄게 (1/2) 청솔고개 *다음은 5월만 되면 생각나는, 끝까지 네 편이 되어 주지 못해서 가슴 아파했던 지난날 나의 교단 이야기이다. 4년 전 어느 가을날인가 내 30대 후반 시절 한 제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선생님! k아시지요? 걔가 그만 오늘 새벽에 고인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학창 시절 마지막 담임이셨던 선생님께는 연락을 드려야할 것 같아서요? 아이가 늘 선생님은 자기 학창 시절 마지막 담임이셨다면서 이야기 자주 했었어요.” 그때가 그들 고2 시절이었고 난 그 아이의 담임이었다. ‘k녀석!’, 내 교직 생애에 한 아픔이었던 아이. 문득 30년도 더 된 그날이 생각난다. 월요일 운동장 전체 조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내 반과 옆 반 아이 너덧이 교실에 남아서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時調) 이팝과 계화/목화송이나 소복의 흰색이 연상되는 이팝의 흰색에는 왠지 사람과 만물의 혼령이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팝과 계화 청솔고개 아카시아 꽃 피기 앞서 시가의 가로수에 밤새 이팝이 소복소복 내려앉아 있다. 오월의 맑은 햇살에 이팝이 정월달에 내린 눈 이불처럼 포근하고 소담스럽다. 봄 햇살 아래 퍼져나는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도시는 갑자기 환해져 오월의 태양에 하얀 폭죽이 터져나가는 것 같다. 오월의 한낮 양광에 퍼져나가는 이팝의 맑은 흰색은 도심을 신비롭게 한다. 목화송이나 소복의 흰색이 연상되는 이팝의 흰색에는 왠지 사람과 만물의 혼령이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파도처럼 퍼져나가 뭉개 뭉개 흰 구름송이로 피어나는 벚꽃의 흰색과는 또 다르다. 이팝의 도시는 아주 신비롭고 이국적인 풍광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주 영적이며 시적이다. 그래서 그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며 그 학명을 풀이하면 '하얀 눈꽃'이..

아카시아 꽃/나에게는 나의 20대 후반 아카시아 꽃보다 더 진하게 풍겼던 순수와 열정, 고뇌의 감성의 향내음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아카시아 꽃 청솔고개 오월은 아카시아 꽃으로 시작한다. 해마다 오월만 되면 선명한 영상으로 떠오르는 게 있다. 내 청춘 시절, 군 생활 때, 병영 주변의 울타리로 심어져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아카시아 꽃더미다. 새벽 두 시, 벌써 서산으로 달은 지려하는데, 보초교대하기 위해 철모를 쓰면 한 떨기 밤바람이 휙 불어든다. 그 때 훅 풍기는 아카시아의 향훈. 미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우는 달빛 아래, 휙휙 불어드는 오월의 밤바람에 아카시아 향내가 진중에서 하늘로 흩어진다. 해마다 오월, 아카시아 꽃더미만 보면, 사십년도 더 전, 내 감성과 열정이 솟구치던 열혈 청년 시절의 그 순간순간이 떠오른다. 아카시아 꽃바람이 휙 불어들 때, 그 밤의 향과 색과 빛은 평생 나에게 천형(天刑) 같이 새겨져 있다. 아이가 ..

병상 위에서 지상으로 귀환/오늘은 드디어 열이레 간의 이 병동 생활을 마무리하고 아버지가 이사하시는 날

병상 위에서 지상으로 귀환 청솔고개 엊그제부터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병상에서 내려와 바깥에 나가보고 싶어 하신다. 하기야 보름 동안이나 병상 아래 내려와 본 적이 없었으니 오죽하시겠나. 창밖을 통해서 멀리 보이는 신록의 그늘 밑에 한 번만이라도 가서 맑은 공기와 풀 내음, 꽃향기로 병든 육신을 씻어내고 싶어 하신다. 한 번 만 갔다 오면 씻은 듯이 다 나을 것 같다고 반복해 노래로 삼으신다. 하는 수 없이 엉겁결에 약속을 해 버렸다. 그런데 어제는 휠체어로 바람 쐬기로 한 아버지와의 약속을 내가 지키지 못했다. 아내가 대신 보살펴 드리는데, 내가 약속 지키지 않고 피해버렸다고 종일 서운해 하셨다고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아버지는 단단히 별른 듯, 휠체어로 바람 쐬러 가자고 다그친다. 회진 온 주치의에게 말..

아... 아버지! 2020.05.09

통증과 슬픔/이 새벽에 나는 아버지의 ‘고통 극복을 위한 고통’을 지켜보면서 생존(生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통증과 슬픔 청솔고개 (전략)이 밤을 나는 눈을 못 붙이고 죽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고귀한 것은 한결같이 슬픔 속에서 생산(生産)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중략) 그러면서 인생은 기쁨만도 슬픔만도 아니라는 그리고 슬픔은 인간이 영혼을 정화(淨化)시키고 훌륭한 가치를 창조한다는 나의 신념(信念)을 지그시 다지고 있는 것이다. ‘신(神)이여, 거듭하는 슬픔으로 나를 태워 나의 영혼을 정화하소서.’ 한 동안 교과서에 실려서 많은 아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유달영님의 ‘’슬픔에 관하여‘란 제목의 수필 끝부분이다. 자신의 어린 아들이 불치의 병에 걸려 얼마 간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고도 그 아이는 알지 못한 채, 마냥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겪는 아버지로서의 지극한 슬픔과 이를 극..

아... 아버지! 2020.05.09

동행과 여행/보름째 아버지와의 병상 동행은 좀 특별한 여행이다

동행과 여행 청솔고개 새벽 2시까지 아버지의 섬망(譫妄)상태가 악화돼 고함도 치고 욕설도 지르신다. 마침, 옆 병상 한 군데 밖에 없어서 다행이다. 틈날 때마다 토닥토닥 두드려드리고 쓸어드렸더니 좀 조용해지더니 곤히 주무시는 듯 하다가 좀 있으니 느닷없이 ‘내가 알라가’하고 고함지른다. 약간 우습다. 그러면서도 내가 갓난아이였을 때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이리해서 나를 재웠을 거라 생각하니 울컥 가슴이 뜨거워지고 목이 멘다. 저녁 식사는 동항 골목 안에 자리한 맛집, ‘**해녀촌식당’이다. 아이가 미리 찾아 놓은 집이다. 벽면 모두 빼곡히 왔다간 사람들의 필적이 이 식당의 연륜을 말해주는 것 같다. 주인내외도 참 친절하시다. 우리 삼대가 같이 온 걸 좋게 본 듯하다. 그간 아이가 깊이 생각해 놓은 수고로 ..

아... 아버지! 2020.05.07

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3/3)/잎새들로 잎새들로 얼굴 가려 서 있는 너희들 숨어 있는 놀라운 한 나무 한 나무 눈부시구나

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3/3) 청솔고개 다시 오월이다. 오늘은 오월 오일.... 어린 시절부터 이 날만 되면 우리들의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들판을~‘을 가슴 설레게 듣게 된다. 그래서 나도 이 만큼이 자라왔다. 오늘도 나는 어린 시절 나의 설렘과 지금 나의 그리움을 담아 “내 생애의 아이들”에게 그날처럼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다음의 두 노래로 들려주고 싶다. 내가 “내 생애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4월] 장작불 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른 놈은 단..

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2/3)/6년 전에 떠나온, 내 생애의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이 계절이 되면 내가 치러야 하는 홍역이다

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2/3)                                                                청솔고개 6년 전에 떠나온, 내 생애의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이 계절이 되면 내가 치러야 하는 홍역이다.청솔고개의 희망편지 제 2신입니다.(2014년 3월 31일 월요일) 여러분! 나의 막내들, 내 생애의 아이들이여! 막내들이여!  오늘 아침 봄 안개와 이슬에 젖은 꽃망울을 보았습니까?바로 여러분들의 눈망울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희망의 촉입니다.여러분은 이른 봄날의 꽃망울과 새 움입니다. 이른 봄을 알리는 새벽의 새소리입니다.우리들의 희망입니다. 여러분! 오늘 아침에 지는 꽃잎을 보았습니까?져서 대지를 뒤덮은 꽃잎을 보았습니까?..

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1/3)/불러 있게 하지 마시고 내가 먼저 찾아가 아이들 앞에 겸허히 서게 해주소서

사월과 오월 사이에서 (1/3) 또다시 사월이 가고 오월이 왔다. 나와 평생 동행하던 나의 많은 아이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제는 지난 날 내가 그 아이들에게 띄운 사연을 되새김함으로써만 그리워해야 할 것 같다. 청솔고개의 희망편지 제1신입니다.(2014년 3월 24일 월요일 ) 나는 오늘부터 여러분들을 나의‘막내아이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내 고향의 학교일뿐더러, 나의 딸, 나의 아내, 나의 여동생 둘 모두가, 나의 여러 동기생, 친구들의 많은 딸들이 많이 나온 학교입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나에게 이러한 의미의 존재들입니다.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여러분들입니다. 막내아이들에게 여러분들은 모두가 내게는 캐나다의 작가 가브리엘 루아의 성장 소설 ‘내 생애의 아이들’에서 ‘빈센토, 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