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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에 아지랑이 2/ 품안에 잠자고 옛 동무는 봄이 온 줄 왜 모르시나요, 때로는 퍼질러 주저앉아서 찔레 꽃송이를 따서 도랑물에 띄우기도 한다. 때로는 참꽃 꽃다발이나 엉겅퀴, 꿀풀 다..

먼 산에 아지랑이 2 청솔고개 나는 이 노래가사를 흥얼거리며, 혹 이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있었는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친구가 혹 가물가물 기억이라도 되살리면 내가 더 좋다. 원곡의 국적이 어딘지 몰라도, 사연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주체하지 못해 노래 절 수를 자꾸 보태 가을 노래까지 덧붙여 구전되어 오는 이 노래는 들을수록 더욱 애잔하고 절실하다. 나는 이 노랫말과 곡조에 취해 다시 어린 시절에 젖어 본다. 먼 산에 아지랑이 품안에 잠자고/ 뒷동산에 흐르는 물 또 다시 흐른다. 앞산에는 꽃이 피고 벌 나비는 꽃을 찾는데/ 옛 동무는 봄이 온 줄 왜 모르시나요. 먼 산에 아지랑이 품안에 잠자고/ 산골짜기 흐르던 물 또 다시 흐른다. 고목에도 잎이 피고 옛 나비가 꽃을 찾는데/ 가신님..

이 봄의 ‘낙화유수’/계곡 물 위에는 유유히 흐르는 꽃잎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이 봄의 ‘낙화유수’ 청솔고개 며칠 전 산행하고 내려오는데 산 벚꽃이 지기 시작하니 내 마음이 무단히 서러워서 아이한테 겹벚꽃을 이야기를 했더니, 조금 관심을 표한다. 아이는 원래 꽃에 대해서는 별무관심이다. 암자 앞에 굽이쳐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는 계곡으로 산 벚꽃이 폴폴 눈처럼 지고 있다. 그러더니 휙, 하고 한 줄기 봄바람이 불어오니 살랑살랑, 나풀나풀 하고 표표히 날리다가 계곡 안쪽으로 휩쓸려 물위에 진다. 이건 낙화풍진(洛花風塵)이랄까. 이미 계곡 물 위에는 유유히 흐르는 꽃잎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낙화유수(落花流水)’이러니.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얽어지은 맹세야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그래서 나도 질긴 ..

제비/어린 다섯 마리 모두가 엄마아빠 제비와 같이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하는 것을 보면서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비 청솔고개 엊그제 밤늦게 아버지 보살펴 드리고 큰집에서 나갈 때, 마당 나뭇가지와 추녀 끝, 어둠 속에서 뭔가 새 소리 같은 게 들려서 보았더니 제비 한 쌍이 보인다. 3년 내리, 올해도 또 제비의 방문이 있는가 싶었는데, 어제 오늘 자세히 확인해 보니 정말 제비 내외가 작년에 기거했던 제비집에 들락거리는 게 보인다. 참 반갑다. 나는 옛 친구를 다시 만난듯하다. 우리 집에 살러 온 제비를 보니 괜히 우리한테 뭔가 좋을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 동안 우리 집에서 제비살이가 뜸하다가 재작년에 살러 온 제비부부는 새끼 다섯 마리를 부화했다. 다산이라 참 좋았는데, 새로 집짓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오래 전에 다른 제비가 지어 놓은 집에 생각 없이 입주했다. 아래서 봐도 그 집은 식구에 비해서 평..

'원일의 노래'와 '가는 봄 오는 봄' / "내 고향 뒷동산 잔디밭에서 손가락을 걸면서 약속한 순정을~", 고향집 넓은 대밭 울타리 너머 뒷길을 손뼉과 발바닥 장단에 맞춰 부는 하모니카 소리, 노..

'원일의 노래'와 '가는 봄 오는 봄' 청솔고개올해도 4월 중순이 지난다. 나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는 산과 들의 풀이 파릇파릇해지는 이때부터는 벌써 우리는 모두 어린 목동이 될 준비를 했어야 했다.내 어린 시절, 소 먹이러 산에 올라갔을 때 이야기다.⁰소이까리를 뿔에 감아놓고 ¹미땅에 앉아서 동네 두세 살 형뻘들이 가끔 성내에 갔다가 당시 딱 한 군데 있었던 극장가서 보고 온 영화 줄거리를 자랑스레 떠벌리면 우리는 마치 선진 신문물이나 접하는 것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흥미 있게 들었었다. 그 때 영화..

(詩) 제비에게 부치는 悲歌/서러운 모습 나의 제비여 나래 잃은 나의 仙女여

제비에게 부치는 悲歌 청솔고개 너는 한 마리 외로운 제비 칠흑 같은 머리카락 玉色 낯빛을 하고 그래, 웬일로 이리도 덧없이 강남을 떠나왔니 꿈결처럼 봄은 아직 아득하고 참꽃 망울 아직 맺지도 않았단다 그래, 네 고향에는 시방도 꽃이 피고 있을거야 결코 이울지 않는 꽃 이파리들이 한바탕 쏟아진 달빛 같은 油菜꽃이랑 태양처럼 붉게 타오는 冬柏, 그 늘푸른 나무랑 남빛 바다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웃음 짓고 너는 그 밤을 헤매고 있었지, 쥐불 연기 안개처럼 강안 마을을 뒤덮고 알 수 없는 적의를 번득이던 악동들의 함성은 얼어붙은 江心 그 은밀한 흐름으로 메아리 치고 정월 대보름 밤 절망 같은 달은 둥두렷이 떠오는데 너는 끝내 깃을 찾지도 못하고 차갑고 어두운 밤하늘을 헤매고 있었지 너의..

(時調) 미나리를 심으며-할머님 전상서/분꽃 한 잎 청쑥 한 뿌리 들녘에도 가슴에도

미나리를 심으며 -할머님 전상서 청솔고개 미나리 포기 포기 임의 숨결 아른아른 한평생 큰애 기별 굽이굽이 맺힌 설움 홀연히 보고 싶단 그 한 말만 남기셨소 어이 설은 이별인가 서른여섯 해 긴 세월 왜 이리도 그 겨울부터 일자 편지 한 장 없어 한 서린 큰애 모습 눈에 삼삼 귀에 쟁쟁 죄 없는 시절 탓에 그리 질긴 한 목숨 원수로다 원수로다 몹쓸 놈의 난리가 그 겨울 마포 형무소 푸른 수의 큰애 얼굴 한 평생 흙벗 삼아 허겁지겁 살아온 몸 쇠진한 몸 남은 기력 오열하신 큰애 이름 몽매의 북녘 길 터진 좋은 세상 못 보셨소 하루에도 열두 번 안아주고 얼려주고 첫손자 꼭 껴안고 요리 조리 보시고는 그래도 가슴 에인 한 끝내 못 풀었소 분꽃 한 잎 청쑥 한 뿌리 들녘에도 가슴에도 임 잠 드신 고향 마을 양지 바..

큰머슴 아재/소깝단 사이에 꽂은 참꽃 한 다발에 흰나비, 노랑나비가 춤을 추며 따라온다

큰머슴 아재 청솔고개 엊그제의 아버지의 심한 급성 설사증 때문에 마음이 쓰여서, 어제는 아침 산행을 못하고 바로 큰집으로 갔다. 엊그제에서 어제 저녁까지 열 번 이상 심한 설사를 하셨다고 한다. 어제가 임시공휴일이라서 병원은 쉬니까, 24시간 하는 병원을 알아보기까지 했다. 다행히 어제 아침, 아버지는 일단 지사제 약을 먹고 견뎌보자고 하신다. 하기야 지금 이 시국에 아버지를 어디 모시고 간다는 것도 큰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후 산행 약속을 잡았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산행하는데 좀 땀이 난다. 날이 포근해지고 솔바람이 불어오니 연달래 꽃송이가 뚝뚝 지면서 눈물로 고여 있다. 꽃길 따라, 꽃송이로 나비와 벌들이 춤을 추면서 따라온다. 문득 아득한 어린 시절, 내 나이 다섯 살 때 기억이 떠오른..

민들레와 수선화 /수선화는 달밤에 보아야 더 아름다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들레와 수선화 청솔고개 어제 고사리 뜯으러 갔다가 정원수가 자라고 있는 산자락 풀밭에 노란 민들레꽃을 보았다. 그 동그랗고 자그마한 꽃들이 보석처럼 정오의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아래 밭둑이 된 언덕에는 가시덤불이 빼곡한데, 그 사이로 수선화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수선화의 흰 머릿결이 봄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문득 수선화는 달밤에 보아야 더 아름다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러시아와 북유럽 여행 때 자주 보았던 민들레꽃밭이 떠오른다. 광활한 대지에 점점이 수놓은 듯한 민들레의 샛노랑이 아직도 내겐 강렬한 인상으로 꽂혀 있다. 다음은 그때의 기록. 엊그제 내렸던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다시 비행기로 꿈에도 그리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의 배경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

여정(旅情) 2020.04.16

고사리와 가재/머리가 진갈색으로 살이 통통하게 진 먹고사리

고사리와 가재 청솔고개 고사리. 이것은 원래 구황 나물이었다. 이른 봄 선인들이 먹을 게 부족해서 막 돋아오는 새순을 잘라서 풋것은 독성이 있으므로 데치고 헹구고 말려서 무쳐서 먹는 푸성귀다. 그 섭생 과정이 좀 복잡하고 까다로운 편이다. 그런데 이게 어지간한 집중력을 가지고는 잘 찾아지지 않는다. 처음 돋아날 때 그 색깔이 마른 억새나 풀, 흙색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생존을 위한 보호색을 기막히게 띠고 있다. 또 고사리 뜯는 앞사람이 지나간 바로 뒤따라가도 또 나 있다고 한다. 한창 땅에서 솟아날 때는 분초를 다투어 돋아 오를 정도로 기운이 왕성하다는 뜻이다. 또 초집중해서 보아야 보인다는 것을 다소 과장해서 표현한 거다. 그 동안 몇 차례나 이맘때부터 고사리 뜯으러 가서 겪은 희한한 일이 있다..

애장/나한테 세 살 아래인, 죽은 동생도 여기에 묻혔을까

애장 청솔고개 오늘 산행하면서 산짐승을 한놈 보았다. 10미터 앞이다. 몸은 옅은 갈색이고 꼬리털은 풍성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짙은 갈색이며 키는 나지막하다. 멧돼지는 아니고 늑대다, 여우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아이가 뭔가 싶어서 막 뛰어서 따라가 보았지만 더 자세히 못 보고 결국 놓쳤다. 우리는 결국 너구리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불현 듯 일곱 살 맞이 나의 어느 봄날 오후가 떠오른다. 동무들과 같이 참꽃 따러 뒷동산에 오른다. 능갓 지나 공동묘지 너머 애장이 많은 데서 정신없이 참꽃을 딴다. 이 돌무더기, 흙더미는 애장이다. 어른 무덤의 반의반도 안 된다. 어린 시절, 호열자, 장질부사 돌림병으로 명 짧아 죽은 어린 넋들이 묻힌 동산이다. 여기는 희한하게도 유난히 빛바래서 거의 희게 보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