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병 청솔고개 내 청춘 시절, 키에르 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불안하게 읽었던 기억이 오늘따라 불현듯 솟구친다 그 땐 몰랐더니 지금 내가 그 병을 심하게 앓고 있다 지금 내가 죽음에 이르는 병을 얻어서 불안해하고 있다 삼불화두(三佛話頭)니 망념(妄念)이니 포장하고 미화해 보지만 정녕 그 병이다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 그 병은 나를 죽음으로 이르게 할 거다 내 젊은 시절은 소금기 저벅이는 포구(浦口)를 걸어서 모래 먼지 휘몰아치는 사구(砂丘)에 다다른 길 이제 늘그막, 시원한 미루나무 그늘이 있는 어떤 신작로를 터벅터벅 걸어왔다가 그 병에 감염되었다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내 영혼을 헤집고 있다 병증으로 마음이 지옥불로 녹아내리고 있다 노보리베츠의 들끓어 오르는 철 지옥 칠흑 속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