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 살 전후사(前後史)3, 소몰이꾼들의 통과의례 청솔고개 소 먹이러 산에까지 갔는데, 샌날이어서 못에 멱 감으러 들어갈 수 없는 날이면 동네 형뻘 친구들이 노닥거리는 행태는 대개 이렇다. 너무 심심하니 놀이나 게임처럼 생각하고 다음과 같은 일을 벌이는 거다. 먼저 송기(松肌)막대기로 하는 전쟁놀이다. 긴긴 봄날 한창 소나무에 물오를 때에 손가락 두 개 합친 것 만한 크기의 소나무 가지를 뚝뚝 자른다. 겉껍질을 벗겨내면 보드랍고 달짝지근하여 솔 향이 솔솔 나는 속은 물이 줄줄 흐르도록 하모니카 불 듯이 벗겨먹는다. 이 속 껍질을 송기라고 한다. 그 향과 식감이 아직 내 입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벗겨 먹고 남은 소나무 잔가지들은 산에 아무데나 버려진다. 봄날 내내 여름까지 말라서 몹시 가볍다. 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