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144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셋째 날(1/2)/길 양 옆으로는 온통 늦가을의 스산한 풍광이 이국의 길을 가는 나그네의 ‘마음을 암연(黯然)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셋째 날(1/2) 청솔고개 오늘은 노보리벳츠[登別, NOBORIBETSU]로 가는 호텔 송영버스를 타야 한다. 이것 역시 새로운 체험이다. 오늘은 큰 가방을 다 챙겨서 10시 다 되어서 호텔을 출발했다. 나카지마공원을 지나는데 오늘은 샛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날린다. 늦가을이다.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사진 몇 장 담았다. 지하철 타고 삿포로 역까지 갔다. 지하철 타는 건 이제 이력이 났다. 도착하니 11시 쯤 되었다. 1시 30분부터 여기 북쪽 중앙출입구에서 만난다고 해서 그 장소를 확인하는데 도무지 어느 지점인지 모호하다. NORTH PACIFIC BANK[북양은행], SUNKUS, LAWSON 등의 건물 이름이 안내돼 있지만 잘 찾을 수 없었다. 바람이 불고 날이 많이..

여정(旅情) 2020.11.16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둘째 날(2/2)/희뿌연 수은등 아래 운하의 강물이 조용히 흐른다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둘째 날(2/2) 청솔고개 늦가을 해가 이미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해가 일찍 지는 것 같다. 비교적 북위도라서 그런가 보다. 우리는 자주는 석양에 바쁜 나그네였지만 여기서는 느긋하게 운하 가운데 다리에 있는 양지바른 벤치에 앉는다. 낡은 창고 건물 위로 늦가을의 높은 구름이 떠 흐르고 있다. 그 구름이 운하에도 떠서 흐른다. 나는 여기까지 입고 온 잿빛 생활한복 소매를 여미고 포즈 취해 사진도 남겨본다. 준비해간 간식도 먹었다. 정말 자유롭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지금 이 순간의 행복감을 오래 기억하자고 했다. 운하는 끝이 안 보이게 이어져 있다. ..

여정(旅情) 2020.11.14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둘째 날(1/2)/ 양옆으로는 큰 창고 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그림자가 운하에 선명하게 비친다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둘째 날(1/2) 청솔고개 새벽에 호텔 방 창을 통해서 보니 오늘은 쾌청한 날씨다. 행인들은 두툼한 초겨울 날씨 옷차림이다. 외투에 마스크를 쓴 사람도 더러 보인다. 좀 떨어진 곳 나카지마고헨의 늦가을 풍광이 언뜻 보인다. 은행나무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둘렀는데도 겨우 9시 20분쯤 호텔을 나설 수 있었다. 공원 샛노란 은행나무 앞에서 아내를 찍어 주었다.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할 요량으로 역으로 내려갔다. 오오도리역까지 표를 끊었다. 이런 건 아내가 순발력 있게 잘 한다. 다른 나라에서 처음 표 끊어서 타보는 지하철, 모든 게 신기하고 난생 처음 체험이다. 흥분되고 설렌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걸 실행에 옮겨 본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 아닌가. 역에서 내려 몇 차..

여정(旅情) 2020.11.14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첫날(2/2)/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달을 뒤로 하면서 드넓은 낯선 도시의 밤거리를 정신없이 또다시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첫날(2/2)                                                          청솔고개   우리는 앞뒤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내 자리 옆, 창 쪽에 앉은 사람은 일본인 남자다. 나는 내리는 정류장이 어디쯤 되는지 잘 모를 것 같아서 불안하다. 긴장된 다. 용기 내어 말을 터놓는 것이 좋을 듯해서 “스미마셍”하고 말을 걸었다. 친절하게 응대해 준다. 내가 서툰 일본어로 “나카지마고~엥에끼 호~꼬~?”(나카지마 역 방향?)라고 말을 걸었더니, “하이!”하고 고개를 까딱하면서 뭐라고 말해준다. 내가 일본어를 잘 못 알아들은 것을 알았는지 영어로 말해준다. 나도 적절히 응대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열어서 가리키면서 내 보..

여정(旅情) 2020.11.13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첫날(1/2)/ 오비히로 방향으로 렌터카나 JR로 가려고 하니 오비히로보다는 차라리 비에이, 후라노 코스가

홋카이도의 늦가을 자작나무 숲길, 첫날(1/2)    청솔고개   초저녁에 자고 일어나서 새벽까지 여행 준비를 했다. 이번 여행이 아무리 낭만적이고 가슴 설레게 하고 나의 로망이라 하더라도 불쑥불쑥 치미는 불안과 어지러운 마음은 나의 가슴을 늘 힘들게 한다.   새벽 2시 40분쯤 나섰다. 이번 여행으로 내 가슴의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녹여지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마음은 바빴지만 터미널에 도착하니 그래도 4,5분 정도 남았다. 차 출발 후 좀 있다가 곧 잠이 들었다. 다리가 또 저려오기 시작한다. 불안하고 힘들다. 이 여행이 잘 될까하는 의구심도 불쑥 든다. 아내는 아침 식사하기 위해 왔다 간다 한다. 말은 못하고 내심 짜증이 난다. 여행사 관계자를 만나기 전에 근처 가게에서 떡..

여정(旅情) 2020.11.13

길 위의 가을날들 5/~함안, 장흥, 정남진, 섬진강~멀리 남녘 바다는 섬들의 파노라마다

길 위의 가을날들 5/장흥, 정남진, 섬진강 청솔고개 새벽 5시 좀 지나 일어나서 장 흥행 준비를 했다. 아내는 역시 들뜬 기분이다. 7시 4분에 출발했다. 여행 날씨로는 정말 좋았다. 역시 옅은 가을 안개가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지난 토요일에 이어 5일 만에 다시 떠나는 장거리 여행이다. 가을은 이렇게 여행의 철인가 보다. 함안 휴게소를 지나면서 그 동안 못 나눈 많은 이야기들을 또 나눈다. 이게 여행의 진정한 묘미일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남양산 분기점-남해고속도로-순천목포고속도로-장흥나들목-23호국도 경유해서 장흥읍내 식당에 도착하니 12시 15분, 5시간도 더 걸렸다. 내비게이션 상에는 3시간 40분쯤 계산되던데 거의 한 시간 반 정도 더 소요된 셈이다. 거리는 312.4km. 1박 2일..

여정(旅情) 2020.11.09

길 위의 가을날들 4/~구미, 선산, 속리산, 세심정, 무을면~무을 들녘, 거의 추수가 다 끝난 들판은 늦가을의 쓸쓸함과 호젓함이 함께 내려 앉아 있었다

길 위의 가을날들 4/속리산, 세심정, 무을 들녘 청솔고개 아침 8시 30분 조금 지나 아내와 같이 속리산으로 출발했다. 아내는 오랜만의 장거리 여행이라서 좀 들뜬 기분이다. 얼굴과 볼도 상기되었다. 그런 아내가 좋다. 엊저녁에도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잠마저 설칠 지경이었다. 옛 친구들, 그 옛날, 우리들의 청소년 시절, 고락을 같이 했던 친구들이다. 아직은 포근한 늦가을 아침이다. 가을이 부드러운 안개 기운으로 깊어 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안개 기운인지 가을 기운인지 모를, 파스텔화 효과 같은 것이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불타는 단풍보다 은은한 단풍, 얌전한 들국화, 쓸쓸한 코스모스, 서러운 듯한 억새들이 나를 기다린다. 구미 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국도로 선산 나들목으로 들어갔다. 공사 중이라는 안..

여정(旅情) 2020.11.03

길 위의 가을날들 3/~단양, 진부, 평창, 영월, 오대산, 적멸보궁, 비로봉, 정선, 태백, 봉화, 영양~새벽어둠에 불빛 하나 그립고 차디찬 비 기운 뼛속을 스미는데

길 위의 가을날들 3/오대산 비로봉 청솔고개 가을빛이 산야 강산을 아득히 덮고 있었다. 군위-단양 중앙고속 달리면서 메말라서 더욱 빛바래진 떡갈나무의 잎, 굴참나무, 참나무 숲, 진분홍색애기단풍, 낙엽송의 기품 있는 자태, 그들의 귀공자 같은 이국풍모, 알록달록 노랑 잎을 덩달아 자랑하고 있다. 단양-진부 국도59호, 31번국도, 해는 어스름 기운을 번지게 하는데 일기예보대로 추일 황혼의 서정이 단양, 평창 산골길에 번진다. 길가 샛노란 은행잎은 앙증맞은 애기 손 같은 귀여움과 황홀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단풍나무, 느티나무, 애기 단풍의 스펙트럼. 휘익 가을바람 한 떨기에 현란한 손짓을 자랑한다. 빗발이 후드득, 가을비에 젖은 강원도 중서부 국도, 강물 따라 구름도 흐르고 빗길도 따라온다. 평창 지..

여정(旅情) 2020.11.01

길 위의 가을날들 2/~영양 봉화 옛길, 강릉, 진고개, 구룡령, 월정사, 정선, 동강, 민둥산, 단양~가을 비 찬비에 목욕을 한 듯한 피부가 매끈하고 고운 자작나무 자태

길 위의 가을날들 2/진고개, 구룡령, 민둥산 청솔고개 모처럼 동행과의 가을 여행이 비에 젖을 것 같다. 동행은 지레 겁을 먹고 그냥 가지 말자 한다. 동행의 소심함이 또 나타난다. 나는 소신껏 밀어붙였다. 10시 36분에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동행에게 나는 “이제 정말 내가 퇴임한 걸 실감할 것 같다. 왜냐하면 모두들 근무한다고 바삐 설치는 월요일 이렇게 느긋하게 가을 여행을 떠날 수 있음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당신이 한 달 반 알바 일을 끝내고 가는 거라 더욱 뜻 깊다.”고. 환상의 가을 길의 경로를 다음과 같이 잡아본다. 기계, 죽장, 도평, 진보, 영양, 영양 봉화 옛길(주곡, 청기 옆 길, 행화, 재산, 청량산 옆길, 임기) 현동, 청옥산 자연 휴양림 옆 길, 철암, 통리, 심포, 도계, 동..

여정(旅情) 2020.10.30

길 위의 가을날들 1/~문경새제, 회룡포, 안동, 길안, 죽장~가을은 짙어가고 흐릿한 운무와 빗소리를 즐기면서

길 위의 가을날들 1/ 새제, 회룡포 청솔고개 엊저녁부터 비가 흩뿌리는 것 같더니 결국 아침에 좀 세차게 비가 내린다. ‘가을비 우산 속’이라는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비 뿌리는 한가을에 여행길 떠나니 마음이 좀 설레는 것 같다. 그것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내 유년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공간으로의 시간 여행이다. 그 곳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건 참 행복하고 뜻있는 일일 것 같다. 정신의 추억여행이랄까. 가을은 짙어가고 흐릿한 운무와 빗소리를 즐기면서 북으로 향하는 여행 길, 동행도 모처럼의 여행길에 한껏 달뜬 모습이다. 칠곡 휴게소에 잠시 서서 동행과 함께 커피 한 잔 했다. 내 취향에 맞는 가요곡도 또 들린다. 당장 시디를 샀다. 1만2천원, 신유의 ‘꽃물’ 송봉수의 ‘할미꽃 사..

여정(旅情) 2020.10.30